'적자 늪' 한전, 취약층 전기료 할인 떠안아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4. 1. 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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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이사회에서 올해 365만가구 취약층의 전기요금 동결과 관련해 한전 재원이 아닌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어난 적자와 부채에 몸살을 앓는 사이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약층 전기요금 할인에 대한 부담을 한전에 안겼다.

전력기금으로 취약층 전기료 할인을 지원하면 그 부담이 한전에서 전 국민으로 옮겨 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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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전기료 할인 제동
200조 부채에 누적손실 50조
희망퇴직 등 재무개선 와중에
2년간 5000억 내야할 판
이사회 사용 제안한 전력기금
재원 대부분 전기요금으로 조성
전국민에 부담 넘긴다는 지적도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올해 365만가구 취약층의 전기요금 동결과 관련해 한전 재원이 아닌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취약층 에너지 복지를 위해 전기요금 지원이 필요한 건 맞지만, 모든 부담을 떠안기에는 한전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게 나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전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사회가 한전 재원으로 취약층 전기요금 할인분을 메우도록 허용하는 게 자칫 잘못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전 수익 구조는 간단하다. 전기를 싸게 사와서 비싸게 팔면 수익이 늘지만 반대로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팔면 수익이 나빠진다. 전기를 싸게 사기 위해서는 유가와 가스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2022년 한전이 33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도 비싸게 산 전기를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전은 kwh당 155.17원을 주고 전기를 사왔지만 각 가정에는 kwh당 121.32원을 받고 판매해 큰 손해를 봤다.

불어난 적자와 부채에 몸살을 앓는 사이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약층 전기요금 할인에 대한 부담을 한전에 안겼다. 작년 1860억원, 올해 2889억원으로 둘을 합치면 5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이 5000억원의 전기요금을 더 걷을 수 있는 걸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은 일부 사옥을 팔고 희망퇴직을 받으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의 재무 개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올해 목표는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한전 이사회가 제시한 대안은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안이다.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과 시행령에 따라 전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에서 3.7%씩 떼서 조성한다. 2001년에 설치됐다. 전력 수요 관리, 도서·벽지 주민 등에 대한 전력 공급 지원, 원전 주변 지역 지원, 보편적 전기 공급, 안전 관리, 환경 보존, 한전의 해외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전력기금 지출 예산은 2조4068억원이다. 수입은 4조4961억원이다. 올해 지출은 12% 줄어 2조1189억원이지만 수입은 4조5010억원을 예상한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여유 재원을 정부 내 다른 기금과 특별회계에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전력기금 재원은 충분하지만 문제는 전 국민이 낸 전기료를 재원으로 조성한다는 점이다. 전력기금으로 취약층 전기료 할인을 지원하면 그 부담이 한전에서 전 국민으로 옮겨 가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여론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는 취약층 전기료 지원을 위해 시행령을 바꿔야 하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현재 전기사업법과 전기사업법 시행령에는 취약층 전기요금 할인 지원 근거가 다소 모호하다.

차제에 전기요금 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요금 징수·수입 주체는 한전이지만 실제 결정은 정부에서 하는 구조를 바꿀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면 모두가 따르는 것처럼 정부에서 독립된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면 모두 따르는 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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