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연장계약 해주세요” 여론은 김하성 잔류를 원하는데…왜 SD는 딜레마에 빠졌나
[OSEN=조형래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팬들은 김하성(29)이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김하성을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고 상황을 파악했던 샌디에이고 구단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데니스 린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팬들을 대상으로 올 시즌 전망과 이슈에 대한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올렸다. 19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는 올 시즌 성적 기대치, 팀의 약점, 새 감독 마이크 쉴트에 대한 생각,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 트레이드 평가 등 다양했다. 주요 선수들에 대한 문항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김하성의 향후 거취에 대한 것이었다.
이 설문에는 약 1420명의 팬들이 참가했다. 가장 많은 대답을 한 문항은 ‘FA가 되기 전에 연장 협상을 하라’였고 41.4%의 지지를 받았다. 대다수의 팬들은 김하성이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울러 팬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쓰는 문항에 한 팬은 ‘김하성과 영원히 연장계약 해주세요’라면서 김하성을 잔류를 간절하게 바라기도 했다.
팬들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샌디에이고 투자해야 할 금액은 만만치 않다. 데니스 린 기자는 “김하성은 유격수 또는 2루수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후보에 오르며 2년간 fWAR 8.1을 기록했다. 10월에 29세가 된다. 내야를 광범위하게 맡을 수 있고 다가올 FA 유격수 중 주목할 만한 경쟁자는 윌리 아다메스(28·밀워키 브루어스) 뿐이다. 만약 샌디에이고가 시즌 전 김하성과 예상치 못한 연장 계약을 한다면 2024년 포함 7년 1억300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 사이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대형 계약을 예고했다.
팬들 대다수는 김하성과 오랜 기간 함께하기를 원한다. 이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이상적인 팬들이 있는 반면, 현재 샌디에이고의 현실을 감안한 의견도 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김하성의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트레이드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31%였다. 이상과 현실의 중간지점에 놓인 의견이었다. 그리고 ‘시즌 전에 김하성을 트레이드 하자’라는 의견도 적지 않은 21.6%였다. 그리고 ‘팀 친화적인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즐기고 김하성을 떠나게 하자’라며 트레이드와 계약 연장 없이 놓아주자는 의견이 6%였다.
연장계약 의견이 가장 많지만 샌디에이고는 당장 김하성과 연장계약을 맺을 돈이 없다. 돈을 무작정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대형 FA 계약을 연거푸 체결한 샌디에이고다. 그런데 지난해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밸리스포츠’의 다이아몬드스포츠그룹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렸다. 지난해 9월에는 긴급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번 겨울 팀 페이롤은 2억 달러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예비 FA로서 5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예상되고 올해 연봉만 3000만 달러가 넘은 후안 소토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했다. 그 외에 조쉬 헤이더(휴스턴 애스트로스),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레즈) 등 FA 선수들을 잡지 않았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도 아직 미계약 상태이지만 사실상 결별 상태다.
쓸 수 있는 금액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소토를 트레이드 하면서 마이클 킹, 드류 소프불펜진에 마쓰이 유키(5년 2800만 달러), 고우석(2년 450만 달러) 등 NPB와 KBO에서 활약한 마무리 투수들을 영입했지만 이탈한 만큼 전력을 보강하지 못했다. 투자 금액에 한도가 있기 때문에 전력 보강 방법도 제한적이다. 트레이드로 부족한 자리인 선발진과 외야진을 보강할 수 있는데, 현가치가 가장 높은 김하성을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았다.
팬들이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 것도 현재 구단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 린 기자는 “김하성은 이번 오프시즌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로 그 관심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샌디에이고 내부적으로 몇 주 동안 이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해왔다. 당연히 샌디에이고는 다른 구단과 대화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 2021년 4년 28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올해가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1년 8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할 수 있는 뮤추얼 옵션이 있지만 김하성 측은 계약 연장 없이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김하성과 관련된 트레이드 논의가 있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지난해 공격에서 일취월장했고 또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은 수비력을 갖춘 내야수를 최고점에서 보내면서 최고의 대가를 받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 윈터미팅 이전에 샌디에이고 한 관계자는 김하성의 대가에 대해 “선을 훨씬 넘어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웬만한 대가로는 트레이드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오는 3월20~21일 고척돔에서 열리는 서울시리즈 개막전도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린 기자는 김하성과 관련한 설문 결과를 정리하면서 ‘구단과 김하성 측 모두 유익한 관계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김하성은 상호 옵션 조항을 거부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가치가 급증했고 샌디에이고는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이드 매물에 대한 의견을 기꺼이 들을 의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샌디에이고의 엄청난 대가 요구에 응할 구단이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라며 현실적으로 샌디에이고의 높은 눈높이를 만족할 구단은 없다고 부연하면서 ‘그래도 샌디에이고는 어느 시점에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의견을 정리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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