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나의 힘…우승의 시간 온다"
"소니오픈 연장 끝 준우승을
좌절 아닌 성장 발판 삼아
버전 2.0 새스윙 완성 단계"
탁구 올림픽 메달리스트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을 때 부진에 빠지는 선수가 많다. 그러나 지난 15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한 안병훈에게 이 이야기는 해당되지 않을 듯하다. 노력과 실력의 부족함으로 받아들이고 PGA 투어 첫 우승 드라마를 쓸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병훈은 "얻은 게 더 많은 준우승이었다. 2개 대회 연속 톱5에 이름을 올리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겨울이 끝난 뒤 봄이 오는 것처럼 곧 우승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탁구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인 안병훈은 2016년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좌절의 시간도 잠깐 있었다. 2020~2021시즌 페덱스컵 랭킹 125위 안에 들지 못하며 출전권을 잃었다.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에서 절치부심한 그는 1년 만에 PGA 투어로 돌아왔다. 그리고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복귀 첫 시즌 페덱스컵 랭킹 44위를 차지했던 그는 올해 더 센트리 단독 4위와 소니 오픈 준우승 등 첫 단추를 완벽하게 끼웠다.
안병훈의 부활을 이끈 첫 번째는 마음가짐의 변화다. 실수가 나와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샷에 집중하기 시작한 그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기복이 사라졌다. 안병훈은 "콘페리투어를 다녀온 뒤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충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열정 프로골퍼가 됐다"며 "이제는 정신적으로도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완성 단계에 이른 '버전 2.0' 스윙이다. 안병훈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2020년 11월부터 시작한 스윙교정을 올해로 4년째 하고 있다.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프로골퍼라고 해서 스윙을 교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습관을 바꿔야 하는 만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안병훈은 "테이크어웨이와 백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손목을 돌리는 것을 교정하기 위해 3년 넘게 연습했다. 지금은 예전 스윙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스윙이 편해졌다"면서도 "지금도 아주 가끔씩 과거의 안 좋은 습관이 나오는데 5년 정도 더 하면 완벽하게 내 것이 될 것 같다. 남의 것을 빌려쓰고 있다는 생각으로 2.0 버전 스윙 완성도를 높이는 데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병훈이 일어서는 데 가족도 큰 힘이 됐다. 그는 "내 편이 있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아내와 아이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골프에 대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 가족은 내게 힘을 주는 특별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을 건너뛴 안병훈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자택에서 오는 2월 2일 개막하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을 준비하고 있다. 앞선 두 대회의 선전을 잊고 다시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전한 안병훈은 이제 PGA 투어 첫 우승 사냥에 나선다.
안병훈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우승은 아니지만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하려고 한다"며 "정상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매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PGA 투어에서 6년 넘게 우승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초조함은 없을까. 안병훈은 "선수마다 전성기가 찾아오는 때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승 역시 마찬가지"라며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찾아오는 감동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함께 우승 기념사진을 찍는 날까지 도전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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