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지지율 디커플링?···공천 갈등 2차전 우려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수행 긍정평가(지지율)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을 상회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윤한’ 격차가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조사 결과도 나왔다. 김건희 여사 뇌물수수 의혹 관련 대응에서 윤 대통령과 미묘하게 차별화한 점, 사퇴 요구를 버텨낸 점 등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남은 김 여사 리스크와 공천 갈등 가능성 등 뇌관이 잠복해 있어 한 위원장 지지율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지난 23일 이른바 ‘서천 회동’으로 봉합된 이후 여론조사상 흐름은 뚜렷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정체된 사이 한 위원장만 호의적 여론을 얻는 소위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에게 한 위원장이 ‘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52%가 긍정, 40%가 부정 평가했다. 전체 유권자 기준 52%, 국민의힘 지지자 기준 89%가 긍정평가했다. 이는 2012년 3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긍정 52%, 부정 24%)과 비슷한 수준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1%로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5%포인트 오른 63%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지난해 4월4주 차 조사에서 63%가 나온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은 36%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도 한 위원장 긍정평가 비율은 윤 대통령보다 높았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는 47%, ‘잘못하고 있다’는 40%였다. 반면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1%로 나타났다. 2주 전 조사보다 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61%로 변동이 없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늘어난 것은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로 김 여사 문제를 꼽은 비율이 지난주 2%에서 9%로 7%포인트 올랐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 김 여사가 최초로 언급된 2022년 6월 중순 이후 비율이 5%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반면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윤 대통령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호의적 여론을 이끌어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9일 “전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 공작’이라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대통령실의 ‘침묵’과는 결을 달리했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인식도 일부 깨뜨렸다. 국민의힘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28일 기자와 통화하며 “당정 관계가 너무 수직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갈등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 개인에 대한 지지가 당의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숙제다. 특히 임시 봉합해둔 김 여사 의혹 관련 대응 문제가 총선 과정 내내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임시 봉합이후 한 위원장의 김 여사 리스크 대응 기조는 애매한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갈등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5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김 여사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었느냐”라고 반문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날 “(김 여사 관련해서) 완전한 매듭은 안 지어졌다”며 “해명이나 메시지가 나와야 봉합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지난 26일 BBS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이) 그대로 있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진짜로 용기를 가지고 제 목소리를 내고 쓴소리를 하는 분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안 된 상태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과연 윤석열 정부나 여당의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다가오는 공천에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위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대통령실·내각 출신 친윤 인사들과 ‘한심’(한 위원장의 의중) 인사들이 공천 과정에서 마찰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초전이었던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사천’ 논란도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의 상황은 대선주자로서 같은 해 대선을 앞두고 있었고 친박이라는 자기 세력이 확실했던 2012년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총선 때와 다르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용산과 충돌하면 한 위원장이 밀어붙일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한 위원장이 이기는 그림이 되면 결과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원들도 전략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대통령은 뒤로 물러나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총선에 도움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장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영입과 정책 공약 발표 행사에 참석하며 표심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6.7%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7.7%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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