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당신의 삶을 9하라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4. 1. 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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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9'다.

사실, 학문적으로 보면 숫자 9는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하늘을 아홉(9)으로 나누고, 죽어서 가는, '가장 높은 하늘'을 구천(九天)이라 한다.

숫자 9와 관련된 곳을 자주 찾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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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9'다. 행운의 7도 아니다. 부의 상징 8도 아닌, 9다.

본능적으로 끌린 숫자지만, 왜일까, 오십 줄에야 비로소 근원을 생각해봤다. 그리하여 도달한 결론. 그닥 설득력은 없지만 '안쓰러움' 때문일 것 같다.

9는 태생적으로 '미완'이다. 그것도 안타깝게, 딱 한 끗이 모자란다. 완전수 10에 딱 1이 모자란 게 그렇다. 아이를 낳을 때도 그렇다.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어머니 배 속에서 10개월을 꽉 채워, 낳아야 한다. 1개월이라도 빠지면 비상이다.

운명도 얄궂은데, 인생사에서도 '그놈의 아홉수'라며 미움을 받는다. 뭐, 운명학적으로 그렇다는 데, 딱히 근거는 없다.

사실, 학문적으로 보면 숫자 9는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죽으면 구(9)천을 떠돈다'. 동양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하늘을 아홉(9)으로 나누고, 죽어서 가는, '가장 높은 하늘'을 구천(九天)이라 한다. 땅도 아홉으로 나눈다. 가장 깊은 곳이 구천(九泉)이다. 태권도도 딱 9단까지다. 극강의 단계, 그게 9라는 의미다.

9를 좋아하다 보니, '여행지 강박증'도 있다. 숫자 9와 관련된 곳을 자주 찾는 거다.

지난해부터 3번 이상을 간 곳이 가까운 강촌하고도 구곡폭포다.

강원도 춘천시 강촌 봉화산의 구곡폭포(九曲瀑布). 하필이면 구(9)곡폭포가 둥지를 튼 곳이 구구리다. 동네 이름 구구리는 글자 그대로 '아홉'을 뜻한다. 아홉 굽이의 산길을 지나면 아홉 굽이를 둘러쳐 굽어 내리는 구곡폭포를 만난다는, 기가 막힌 네이밍이다.

네이밍까지 놀라운 이곳, 이 폭포가 뜬 건 순전히 '구곡혼(九曲魂)'의 의미 때문이다. 폭포까지, 아홉 굽이를 따라 뻗은 이 길에선 깨달음을 주는 '한 글자' 아홉 개를 차례로 만난다. 인생을 살면서 갖춰야 할 '꿈, 끼, 꾀, 깡, 꾼, 끈, 꼴, 깔, 끝', 아홉 가지 멘탈력이다.

입구를 지나 3분만 가면 바로 보이는 푯말, 첫 번째가 꿈(Dream)이다. '꿈은 클수록 좋으며, 희망은 자신의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끼(Ability)' 푯말이 있다. 주제는 '재능의 발견'. 꿈을 정한 뒤, 꿈을 이루는 수단이 바로 끼다.

세 번째 이정표는 '꾀(Wisdom)'. '성실, 최선, 정도, 열심'만 주입받다 보면 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게 된다.

다음은 깡. '깡'은 영어 '용기(Courage)'로 표시돼 있다. 생각에만 머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행력과 추진력으로 진격하는 근간이 되는 게 깡이다.

다섯 번째 만나는 이정표는 꾼. 깡으로 실행한 뒤에는 '꾼(Professional)', 즉 최고봉에 오를 것을 강조하는 의미다.

인맥과 멘토를 뜻하는 '끈(Relationship)'도 갖춰야 한다. 끈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게 '꼴(Shape)'이다. 자신이 만든 꼴의 이미지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꼴을 다듬는 '깔(Delicate Hue)'도 필수. 삶이 맵시 있고 곱게 다듬어져야 꼴도 빛나는 법이다. 폭포를 앞둔 마지막 아홉 번째 이정표가 '끝(Finish)'이다. 끝은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끝은 늘, 새로운 시작이다. 아뿔싸. 숫자 얘기를 하다 보니 이번 칼럼도, 벌써 끝이다. 다음번 칼럼 주제는 뭘로 잡아야 하나. 역시나 끝은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이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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