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 같은 손그림?…“비결은 영업 비밀”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1. 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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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복잡한 기계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 같다.

원과 직선, 뭔지 알 수 없는 아이콘 같은 도상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이미지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출력해낸 것 같은 이 기하학적 추상은 놀랍게도 칠순이 넘은 노작가의 정교한 수작업으로 탄생했다.

원만 중첩되어 그려진 단순한 형태의 구작부터, 근작에서는 고도로 추상화된 복잡한 도상까지 변화를 한 눈에 조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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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탕 서울 이상남 개인전
‘마음의 형태’서 13점 전시
정교한 기하학적 추상 선보여
마음의 형태(J264) [페로탕]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복잡한 기계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 같다. 원과 직선, 뭔지 알 수 없는 아이콘 같은 도상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이미지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출력해낸 것 같은 이 기하학적 추상은 놀랍게도 칠순이 넘은 노작가의 정교한 수작업으로 탄생했다.

재미 작가 이상남(71)이 서울 청담동 페로탕 서울에서 25일부터 3월 16일까지 개인전 ‘마음의 형태’를 연다. 프랑스 화랑인 페로탕이 선택한 박가희 이후 두번째 한국 작가 개인전이다. 1981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업 세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13점을 소개한다. 24일 만난 작가는 “기계처럼 정교해도 죄다 손으로 그렸다. 방법은 영업 비밀이라 알려 줄 수 없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1970년대 작가는 앙데팡당 전시 등에 참여하며 실험미술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박서보·이우환의 반전통적인 예술의 방식과 매체를 고민하던 시기를 보내고, 뉴욕으로 떠난 그는 한국에서 접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이 이미 뉴욕에서 인기가 시들해진 걸 발견했다. 박이소와 교류하며 그는 기하학적 추상 회화를 통해 낯설고 이질적인 기호를 각인시키는 작업에 몰두했다.

마음의 형태(J267) [페로탕]
“피아니스트가 매일 연주하듯, 저는 매일 드로잉을 수천장이 넘게 해왔습니다. 아이폰에는 수집해 놓은 천 개가 넘는 이미지들이 있고 색을 모은 색수첩도 있는데, 이 재료를 가지고 겹쳐보면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와 재미있는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원만 중첩되어 그려진 단순한 형태의 구작부터, 근작에서는 고도로 추상화된 복잡한 도상까지 변화를 한 눈에 조감할 수 있다. 색채는 화사하고, 구조는 정교하다. 작가는 자신을 ‘도시의 수집가’라 소개했다. 철저히 계산으로만 그리는 건 아니다. 작가는 “90% 이상을 논리적·전략적으로 구상하지만 1%는 운에 맡기고 던져 버린다. 예술을 한다는 것의 매력은 쌓고 부수는 거다. 예측 못 한 것이 나올 때 예술의 이유가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DNA를 타고 난 작가의 작업에선 혼란의 기운을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작가는 “공들여 그렸는데 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경지에 가고 싶다. 사실 한 점을 그릴 때도 3~4개월씩 걸린다”면서 “전시장은 일종의 연극 무대다. 극장 안으로 들어오듯 전시장에서 낯선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정연심 홍익대 교수는 “이상남이 선택한 형태들은 기호가 되어 여기와 저기를 끊임없이 부유하며 자리 잡기를 거부하는 ‘유목민적 존재들’이다”라고 비평했다.

이상남 [페로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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