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신저 메디TALK] 비만약의 열쇠 … 장 호르몬의 뇌 전달 신호

2024. 1. 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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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호르몬 기능은
식욕억제·인슐린 분비
GIP·글루카곤도 같은 기능
비만치료제 경쟁은
바로 호르몬 싸움

◆ 건강메신저 메디TALK ◆

슈퍼 비만 치료제를 구성하는 GLP-1, GIP, 글루카곤. 조영민 교수가 AI를 활용해서 그렸다.

'장이 튼튼해야 건강하다'라는 말에 아마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장과 당뇨병·비만이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누구나 한 번쯤 배탈이 나 본 경험이 있을 텐데, 배가 아플 때는 보통 식욕이 없다. 음식만 봐도 매스껍거나 겨우 먹더라도 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사실을 미뤄 짐작해보면 장과 식욕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몸은 배고픔과 식욕이라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끊임없이 에너지를 섭취하도록 기본값이 설정돼 있다.

그러나 섭취한 에너지를 소화하고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섭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 몸은 포만감을 느끼도록 설계돼 있는데 위장관 호르몬이 뇌에 신호를 전달해 포만감을 느낀다. 장에서 온 신호가 뇌에 전달돼 신진대사를 조화롭게 조절하도록 돕는 것은 진화론 관점에서 합목적적이다.

최근 널리 시행되고 있는 비만대사수술은 위장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바꿔 체중을 줄이고 혈당을 극적으로 개선한다.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는 기존 식이·운동요법을 능가하며 항비만약제의 효과보다도 월등하다. 비만대사수술 후에 각종 장 호르몬 분비 변화, 장내 미생물 변화, 담즙산 변화 등이 나타나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GLP-1'이라는 장 호르몬이 엄청나게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GLP-1은 식욕을 억제하고 위 내용물이 장으로 내려가는 속도를 늦추며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작용을 가진다. 따라서 비만과 당뇨병에 모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GLP-1은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좋은 약제 후보였다. 그러나 GLP-1은 체내에서 수분 이내에 분해돼 활성을 잃어버리는 까닭에 약으로 만들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1995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티머시 키퍼 교수가 당시 학생 신분으로 GLP-1이 'DPP4'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DPP4 억제제 개발에 나섰고 2006년에 '시타글립틴'이 당뇨병 치료제로 최초 승인받았다. 그러나 DPP4 억제제만으로는 혈중 GLP-1 농도를 높게 유지하기 어려워 체내에서 활성형으로 오래 남을 수 있는 GLP-1 유사체 개발에 많은 연구자들이 뛰어들었다. 2005년 아메리카 독도마뱀의 타액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바이에타'를 필두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근에는 주1회 주사하는 GLP-1 제제들이 개발돼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물질은 '세마글루타이드'로,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는 '오젬픽'이, 비만 치료 목적으로는 '위고비'란 이름의 제품이 있다. 이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인에게 투여할 경우 약 15%에 달하는 체중 감량을 이룰 수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먹는 약으로도 개발됐는데 이 약도 대략 15%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단백질로 구성된 약물이라는 특성상 흡수 촉진제가 함유된 특수한 제형으로 만들어 아침 첫 식사 30분 전에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하는 불편은 있다. 이러한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화학물로 만든 약인 '오르포글리프론'이 개발됐는데, 이 약도 먹는 세마글루타이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장 호르몬 중에는 GLP-1 사촌뻘에 해당하는 'GIP'가 있는데, GLP-1과 GIP 작용을 모두 갖춘 '터제파타이드'가 개발됐다. 당뇨병 치료로 '마운자로', 비만 치료로 '젭바운드'로 허가를 받았다. 젭바운드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인에게 투여하면 약 20% 체중이 빠진다. GLP-1 등 3가지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는 '레타트루타이드'가 개발 중이고 감량 효과는 기존 약들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장 호르몬 시대가 열렸다. 비만과 당뇨병 치료는 대혁명을 맞고 있다.

[조영민 교수(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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