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에 반도체 공급망, 동남아 '들썩'..삼성-SK, "국내 투자 올인"

김준석 2024. 1. 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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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실리콘 웨이퍼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인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반도체 글로벌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남아 확장 전략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에 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국내 집중 투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책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TSMC에 러브콜' 싱가포르 "파격혜택"

28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TSMC와 자회사인 뱅가드반도체국제그룹(VIS)의 공장 유치를 위해 △토지 △수자원 △전력 △인재 혜택과 더불어 파격적인 세제 및 보조금 혜택을 제시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구체적으로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VIS가 차량용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6760억원)를 들여 첫 12인치(30㎜) 칩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TSMC와 자회사 VIS의 싱가포르 공장 신설설은 2022년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에 널리 사용되는 7∼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공장 설립 가능성을 싱가포르 정부에 타진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 공장 신설로 이어지지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연구개발(R&D), 설계, 소재·장비, 제조, 테스트, 인프라까지 잘 구축된 싱가포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글로벌 연구기관들은 현재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에서 반도체 비중이 7% 선인데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과 애플에 칩을 공급하는 파운드리 점유율 3위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 9월 약 5조원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새 공장을 완공했으며, 4위인 대만의 UMC도 싱가포르에 새 공장을 건설 중이다. 세계 3위의 메모리 회사인 마이크론, 유럽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STM, 칩 설계 기업인 AMD, 테스트사인 아덴텍도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현지 업계는 반중성향인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당선되고, 반도체 신공장 건설 과정에서 지방정부와의 마찰로 계획이 연이어 좌초되면서 TSMC가 일본, 미국, 독일을 넘어 싱가포르를 유력 해외 생산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시선이다.

말레이·베트남도 부상..삼성·SK '국내 투자 올인'

싱가포르 외에도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을 틈타 '포스트 차이나' 지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페낭은 인텔, AMD, 브로드컴, 인피니언 등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낙점했다. 독일 기업인 인피니언의 경우 독일 현지보다 말레이시아 고용 인력이 더 많다. 인피니언은 70억유로(약 10조1696억원)를 투입해 차세대 전력반도체인 탄화규소(SiC)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

베트남도 반도체 생산기지로 주목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의 접견 후 "총리에게 베트남을 엔비디아의 제2의 고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포스트 차이나'를 노리는 베트남은 2030년까지 첫 팹(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인텔과 일본의 르네사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했으나 패키징, 테스트, 설계에 한정돼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각종 세제 혜택과 값싼 인건비와 더불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구축된 반도체 생태계는 매력적"이라면서 "특히 한국이 출산율과 석·박사급 고급 인재 배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석·박사급 반도체 전문 인력이 현재 많이 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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