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석이라도 더” 복잡한 수싸움…‘게임의 룰’ 놓고 갈팡질팡 [뉴스 쉽게보기]
선거의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꽤 오래전부터 나왔어요. 그런데 정작 정치권에서는 선거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아직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죠.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1월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도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한 의견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요. 당 지도부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당 내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아 최종 입장 정리가 안 되고 있는 거예요. 이름만 들어도 헷갈리는 선거 제도, 오늘 한 번 정리해 볼게요.
총선에 투표하러 가면 종이를 두 장 주는데요, 한 장은 내가 사는 지역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 종이고, 한 장은 비례대표 의석을 주고 싶은 정당을 뽑는 종이예요.
그런데 지금의 선거 제도는 거대 양당에 유리한 방식이에요. 그렇다 보니 민의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죠. 다양한 국민의 뜻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 제도가 필요하다는데, 어떤 제도를 택해야 좋은 걸까요?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제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볼게요.
현재 한국의 지역구 의원 투표 방식이에요. 선거구마다 1위를 차지한 한 명의 의원만 당선돼요.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낙선자들을 뽑은 표가 사표(죽은 표)가 된다는 단점이 있어요. 51%의 표를 받아 1등으로 뽑힌 사람이 당선됐다고 하면, 나머지 49%의 표는 무의미해지는 셈이니까요.
2. 중대선거구제
선거구를 넓게 잡는 대신 여러 명을 뽑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제주는 현재 소선거구로 3개 지역구로 나뉘어서 각 지역구에서 한 명씩을 뽑는데, 지역구를 하나로 묶은 뒤 제주도를 통틀어 3명을 뽑는 거예요. 그러면 2등과 3등에 투표하는 사람들의 표가 반영되면서 기존에 버려지던 사표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겨요.
1년 전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선거제 개편 논의에 불을 지폈어요. 하지만 이후로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에요. 이번 총선에서도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요.
1. 병립형
지난 총선에서 바뀌기 전까지 한국은 쭉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해 왔어요.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정당을 각각 따로 뽑는 방식으로, 두 투표의 결과가 서로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아요.
예컨대 A 정당이 10%를 득표했으면, 비례 의석 47석 중 10%인 4.7석(반올림 5석)을 가져가요.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가져가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거대 양당의 득표율이 높다 보니 다른 정당이 비례 의석을 얻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요.
2. 연동형
이런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해요. 비례대표 선거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대로 의회에 자리를 주는 거예요. 만약 어떤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너무 적다면, 비례대표에서 대신 채워주는 제도예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논리는 다음과 같아요. 만약 A당이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득표율이 10%라면 우리나라에서 10%의 사람이 이 당을 지지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의회에서도 전체 300석의 10%인 30석을 받는 게 맞는다는 거죠.
그래서 소수 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밖에 차지하지 못했다면 비례대표에서 20석을 채워주는 거예요. 반대로 만약 지역구 선거에서 이미 30석을 채웠다면 비례대표 자리는 얻지 못해요.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까지 독차지하는 걸 막을 수 있어요. 국회 내에서 제3의 정당, 제4의 정당의 목소리가 더 반영될 수 있겠죠.
3. 준연동형
완화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볼 수 있어요. 연동형에서 채워줘야 할 비례대표 의석수에서 절반만 채워주는 제도가 준연동형 비례제예요. 비례대표 투표에서 10%를 득표한 정당이 연동형에서는 30석을 받아야 했다면, 준연동형에서는 15석만 받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는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 도입했어요. 다만 처음부터 완전히 도입하지는 않았어요.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 한해서만 준연동형을 적용했고,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병립형 비례제를 유지했어요.
위에서 말씀드린 3가지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하나의 구역으로 가정하고 정당에 투표하는데요, 지금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옵션도 논의 중이에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해요. 위의 3가지 비례대표제와 조합해서 ‘권역별 병립형’, ‘권역별 연동형’ 제도 등으로 적용할 수 있어요.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거예요. 현재 정치권에서는 전국을 수도권·중부권·남부권 3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요. 만약 전국이 3개 권역으로 나눠진다면, 가장 지역주의가 심한 영남과 호남 지역이 모두 ‘남부권’으로 묶이게 돼요. 그러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만 찍어주는 현상은 지금보다 완화될 수 있죠.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후보가 해당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을 수 있어요. 비례대표는 지역의 이익과 무관하게 국가적 차원의 논의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렇게 출신 조건이 붙으면 인재 등용의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가 생기죠.
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어요.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이해관계를 따지며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어요.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당시에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했죠.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의견이 합치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에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이 반반 나뉘는 것으로 파악돼요. 이밖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사실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죠.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고 닥쳐서 급하게 규칙을 결정하는 게 맞는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예요. 국회는 과연 합의점에 이를 수 있을까요?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받아볼 투표용지는 어떤 모양일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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