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관두고 택한 치즈장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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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삼성전자 그만두고 요리 배우러 갔을 겁니다."
지난 24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치즈플로'에서 만난 오너셰프 조장현 대표는 20여 년 전 무모하게 도전한 자신의 모습을 돌이키며 후회는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조 대표는 2001년 말 삼성전자 문을 박차고 나왔고, 이듬해인 2002년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르꼬르동 블루' 요리학교로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최근 지난 20여 년간의 치즈 요리·공방 운영 등 노하우와 지식을 담아 '치즈 마이 라이프'라는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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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채 입사 10년간 근무
IMF때 지역전문가 꿈 무산 후
2002년 런던으로 요리 유학길
레스토랑 '치즈플로' 창업
생산법인 '더플로'도 운영
"K치즈로 세계대회 나갈 것"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삼성전자 그만두고 요리 배우러 갔을 겁니다."
지난 24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치즈플로'에서 만난 오너셰프 조장현 대표는 20여 년 전 무모하게 도전한 자신의 모습을 돌이키며 후회는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조 대표는 "가족이 있는 상황이라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힘들었으나 아내가 내 생각에 동의해줬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조 대표가 셰프의 꿈을 꾸게 된 것은 1997년 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부터였다. 1992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한 그는 1994년 삼성전자 팩스 수출팀에서 좋은 실적을 쌓아갔으며, 1997년 10월에는 헝가리 지역전문가로 선발됐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지역전문가로 가려던 그의 일정은 무산됐고 답답한 회사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미국 모던 요리의 선구자인 찰리 트로터 셰프의 자서전을 읽고 요리에 대한 꿈이 커졌다.
조 대표는 "라면 정도만 끓일 줄 알았던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2001년 말 삼성전자 문을 박차고 나왔고, 이듬해인 2002년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르꼬르동 블루' 요리학교로 유학길에 오른다. 당시 35세였다. 아내는 물론 초등학교 1, 2학년이던 아들과 딸까지 가족 3명을 책임지는 가장이 도전하기에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타지에서의 요리 공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가혹했다. 직장 생활 10년간 벌어놓은 돈은 월세와 생활비로 야금야금 없어졌다.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들어간 런던 레스토랑에서는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과 늦깎이 동양인 요리사에 대한 인종차별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는 "응원하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 귀국한 그는 2005년 양식 레스토랑 '키친플로'를 열었다. 외국 음식에 익숙한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이라는 상권 특성과 영국에서 최신으로 유행하던 요리를 선보인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외식 산업이 급격히 위축을 맞자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아이템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찰나, 치즈와 샤르퀴트리(염장·훈연·건조 등 과정을 통해 완성된 햄)가 눈에 들어왔다. 외국에서 치즈와 샤르퀴트리는 장인정신으로 소량만 빚어낸 음식인 아르티장 푸드로 평가된다.
치즈에 대한 내공을 쌓기 위해 2013년 뉴질랜드 오버더문 치즈스쿨로 유학길에 또다시 올라 치즈 마스터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그의 치즈는 짧은 숙성기간을 통해 대량생산하는 공장 제품과 달리 원유, 레닛(응고제), 유산균, 소금만을 섞어 오랜 시간 자연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친 '자연 치즈'다.
한때 '쉐플로 도곡점'과 '쉐플로 신사점', 그리고 지금의 치즈플로까지 총 3개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혼자의 몸으로 모든 치즈를 만드는 일은 고단했다. 결국 지금은 나머지 매장을 정리하고 치즈플로에만 집중하고 있다. 또한 샤르퀴트리를 만드는 효창공방과 치즈를 생산하는 파주의 농업법인 '더플로'를 직원들과 운영 중이다.
그는 최근 지난 20여 년간의 치즈 요리·공방 운영 등 노하우와 지식을 담아 '치즈 마이 라이프'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에게 향후 목표를 물어보자 장인의 열정과 고집이 묻어나왔다.
조 대표는 "미국과 영국에서 세계치즈대회가 열리는데, 여기에 참가하는 게 목표"라며 "최근에 일본 사람이 일본 전통을 강조한 치즈로 수상했는데, 저도 한국적 특성을 담은 치즈를 세계에 알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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