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꼬리내린 애플, 한국은 패싱?

윤선영 2024. 1. 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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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EU(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제에 따라 플랫폼을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한 국내에서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애플의 지역 차별과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 무용론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앱 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방식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지 1년 반 만에 애플에 과징금 205억원 부과와 시정명령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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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압박에 다른 결제수단 허용
앱스토어 개방 등 대대적 변화
국내선 기존 방침 고수 가능성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무용론도
애플과 에픽의 '포트나이트' 게임 로고. '포트나이트'는 지난 2020년 중반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앱 결제 규정 위반 등으로 퇴출된 바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이 EU(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제에 따라 플랫폼을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한 국내에서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3월부터 EU에서 앱스토어 정책을 변경한다. 그동안의 폐쇄적인 서비스 구조를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앱스토어가 아닌 외부 앱 마켓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앱 결제 시스템이 아닌 다른 결제 수단도 허용하기로 했다. 자사 결제 시스템을 통한 거래의 수수료 또한 15~30%에서 10~17% 낮추기로 했다. 애플은 그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사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 왔다. 하지만 오는 3월부터 EU가 DMA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과징금 폭탄을 피하고자 정책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DMA는 애플을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를 '게이트키퍼'로 사전 지정하고 불공정 행위 적발 시 전세계 매출액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규제다.

다만 애플의 이번 정책은 EU에서만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애플의 지역 차별과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 무용론 논란이 예상된다. EU에서 정책을 바꾼 것과 달리 애플은 국내에서는 제재 절차 추진에도 아랑곳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앞서 국회는 2021년 8월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을 제정한 바 있다.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지만 실효성이 부족한 데다 규제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늑장 대응·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통위는 앱 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방식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지 1년 반 만에 애플에 과징금 205억원 부과와 시정명령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방통위는 애플이 제출한 제재안 관련 의견서를 검토 중으로 최종안은 언제 확정될지 불분명한 상태다.

애플의 '나 몰라라'식 대응과 규제 당국의 지지부진한 제재에 국내 기업과 개발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국내 한 개발자는 "EU에서 애플이 생태계를 개방했다고 해서 그에 환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애플은 각국에서 시행하는 규제에 대해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대응하는 경향이 있고 그간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EU에서 관련 법을 준수한다고 해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애플이 어떻게 변하고 대응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EU에서의 정책 변화가 다른 나라로 확대될 가능성에는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역차별 문제도 나온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법을 준수하지 않으며 활개를 치는 사이 토종 기업과 개발자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에는 '무딘 칼'을 내밀고 국내 기업만 옥죈다는 것.

전문가들은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보다 면밀하고 심각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이슈화가 되면 (앱 마켓) 생태계를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식으로 법안을 제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근시안적으로 입법을 하는 게 문제"라며 "시장 획정과 같은 분석은 물론 부처 간 힘겨루기를 떠나 전문가와 규제 당국 모두 참여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법안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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