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진짜로 씹어 먹었다…트럼프 질 거라고 큰소리 친 ‘이 남자’ [김기정의 와인클럽]
한 남성이 식사를 시작합니다. 음식을 씹는 남성의 얼굴에선 비장한 표정이 읽힙니다. 그는 음식 옆에 있던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마십니다. “휘발유보다는 낫네요”라고 얼굴을 찡그리며 말합니다. 이 남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의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기세라면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에서 승리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 같았던 ‘트럼프’ 와인도 언제 맛보아야 하나 쳐다보게 되네요.
이번 주와 다음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1, 2회로 나누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첫 번째 요리는 신문지를 이용한 세비체입니다.”
이날 요리는 신문지로 훈연한 와규 스테이크, 젖은 신문지 롤 등 ‘8코스’로 준비됐습니다. 후식은 신문지로 내린 쿠바산 커피가 나왔습니다.
음식을 마주한 남성이 식사의 주재료가 ‘신문지’가 된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다나 밀뱅크로 7개월 전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란 내용의 칼럼을 썼습니다.
영어로 ‘말을 먹는다’(eat ones’s words)라는 표현은 ‘앞서 한 말을 취소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자 그는 문자 그대로 해석해 자신의 칼럼이 인쇄된 신문지를 요리로 만들어 먹은 겁니다.
밀뱅크는 식사 후 “(신문지 요리를 먹는 것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밝힙니다. 이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앞으로 겪을 고통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정도”라고 트럼프를 향해 가시 돋친 독설을 날립니다
이날 식사에는 2종류의 트럼프 와인이 준비됐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에 위치한 ‘트럼프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입니다. 밀뱅크는 트럼프 와인의 맛을 휘발유와 비교하며 혹평을 했지만 트럼프 와인은 버지니아에서 꽤 유명한 와인입니다.
2016년 텍사스주 댈러스의 민주당 모금행사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웃으며 말을 이어갑니다.
“제 말은...여러분 아시잖아요. 그게 5달러짜리 와인같은 거죠. 그리고는 ‘라벨’을 붙여 50달러에 팝니다. 역대 최고의 와인이라고 말하면서요.”
오바마는 와인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오바마의 농담을 이해하고 웃음을 터뜨립니다.
앞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하던 미트 롬니가 트럼프의 사업실패를 지적하자 발끈한 트럼프는 자신의 상표 붙은 와인과 스테이크를 연단 양쪽에 산처럼 쌓아 놓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를 오바마가 풍자한 겁니다. 트럼프가 5달러짜리 와인에 자신의 이름을 단 라벨을 붙여 50달러에 팔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배니티 페어라는 잡지는 트럼프 와인을 ‘웰치스 포도주스에 알코올을 넣은 것 같다’고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와인은 한때 버지니아의 대표와인으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트럼프가 와이너리를 인수하기 전의 일이긴 하지만 이 버지니아 와인은 2010년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사이의 무남독녀인 첼시 클린턴의 결혼식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와인은 2019년 한국에도 수입돼 롯데백화점 등에서 판매 됐습니다.
한때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와인 ‘불매운동’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역풍(?)’을 맞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소위 ‘돈쭐 맞짱’을 뜨는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트럼프 와인은 품절사태를 빚기도 합니다.
미국 대선에선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고 불리는 ‘경합주’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합니다. 지금 상황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현 대통령을 제치고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도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제 예상이 틀려도 저는 신문을 먹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4선을 하면서 임기와 관련한 논란이 일었고 수정헌법 22조를 통해 임기 4년의 대통령직을 최대 2번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습니다.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하는 그는 자유분방할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러나 드물게 자기 절제를 실천하는 분야가 ‘술’입니다.
트럼프 전기작가 그웬다 블레어는 “트럼프가 사업에 대한 욕망은 크지만 술에 대한 욕망은 없다. 술에 관한 관심도 없다”고 밝힙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자주 언급합니다. 트럼프의 형 프레드는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1981년 43살에 세상을 떠납니다. 프레드는 잘생기고 성격도 좋았지만 항상 취해있었다고 트럼프는 회상합니다. 그런 형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트럼프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술도 마시지 않고 술에 관해선 관심도 없다는 트럼프가 와이너리를 보유한 이유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에 나서기 전 부동산 개발업자였습니다. 와이너리 매입도 부동산 개발 차원에서 이뤄졌습니다.
여기에 1980년대 미국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한 패트리샤 클루기가 등장합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에서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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