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제출,미제출, 미제출…‘탄소 중립 이행점검’ 못 한 항목 수두룩
정부의 ‘탄소 중립 이행점검’에서 담당 부처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점검하지 못한 지표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행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년 대비 감축’을 강조했는데 달성하지 못한 세부 지표도 있었다.
앞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지난 4일 ‘2022년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점검 결과’를 심의·의결했다고 발표했다. 탄녹위는 “2022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전년 대비 3.5% 감소해, 주요국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점검 결과에는 ‘전환 부문 탄소집약도 개선’ ‘제로 에너지 건축 보급’ 등 목표를 초과 달성한 점검 지표가 담겼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2022년 온실가스 감축 이행현황 점검’ 최종보고서에는 정부가 발표하지 않은 내용이 다수 담겼다. 소관 부처의 자료 미제출로 점검하지 못한 항목, 목표에 미달한 항목들을 명시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가 지난해 10월 정리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결과 보고서에 그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도별 감축 목표에 부합하는지’, 점검 후 발견된 부진 사항과 개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정해뒀지만, 지난 4일 발표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탄녹위는 당시 “법상 규정된 의무보다 한 해 일찍 이행 점검을 한 것”이고 “2022년은 목표 자체가 설정되지 않아 목표에 부합하는지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탄녹위는 전환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의 경우, 내부적으로 2021년 잠정 온실가스 배출량과 2023년 목표치의 중점으로 2022년 ‘대안 목표’를 설정한 뒤 평가를 진행했다. 보고서는 “2022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의 실적 및 계획에 기반한 대안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18년 배출량 실적을 시작으로 2030년 국내 배출량 목표까지 선형 경로를 그려보면, 2022년에 달성해야 하는 배출량이 잠정 배출량 실적과 거의 유사해 목표 ‘초과 달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미달’, “점검 곤란” 지표도 다수
전환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관련 지표들이 목표에 미달했다. 2022년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목표는 29.2GW였지만, 실적은 28.1GW였다.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설비를 보유한 발전 사업자에게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하는 제도인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RPS) 달성률도 2020년(99.9%), 2021년(99.8%)에 비해 다소 낮은 94.5%였다.
전환 부문의 일부 지표는 소관 부처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이행 점검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노후 석탄 발전 변동 사항은 석탄발전소가 폐지되면서 줄어드는 발전량,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도입에 따른 발전량 증가 등을 점검하는 지표지만, 관련 자료를 산업부가 제출하지 않았다.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기존 화력발전소에 수소, 암모니아를 섞어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산업부는 그간 실적 부재, 연도별 목표 설정 곤란 등의 사유로 지표 삭제를 요청했지만 이미 구체적 중장기 목표가 제시된 등 이유로 지표를 삭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소관 부처가 점검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부처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정황도 확인된다. 전환 부문 이행 점검 지표 중 ‘수요 관리’에서 부문별 전력 수요에 대해서 보고서는 “부문별 전력수요는 소관 부처가 목표와 실적을 모두 미제출해 마찬가지로 점검이 곤란하다”라며 “자료 제출에 한계가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에너지 통계 연보, 한국전력통계 등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고, 가능한 자료는 제출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가장 큰 감축 요인으로 작용한 화석발전 비율 감소 효과는 신재생뿐 아니라 원자력발전 증가에 기인한 면도 크다”라며 “신규 원전 준공에 따른 발전량 확대 용량은 한정적이므로,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기술적, 제도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라고도 짚었다.
“정부 내 자료 투명성 전제가 없는 것은 문제”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석유화학 같은 온실가스 다 배출 업종의 부가가치 비중이 감소하고, 단위 배출량이 낮은 조립 금속 업종 부가가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스코의 일시적 조업 중지와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철강 및 석유 화학 생산량 감소 등의 효과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가가치 대비 에너지 소비량인 ‘에너지 원 단위’의 경우 원래 산업 전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상세 원 단위’가 지표로 설정됐었지만, 이 역시 점검이 불가했다. 보고서는 “소관 부처는 산업 부문 및 업종이 아닌 국가 전체 에너지 원 단위 목표, 실적만 제시했다”라며 “산업 부문만의 에너지 효율 개선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자료 확보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 계속 추적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건물 부문의 ‘그린 리모델링’의 경우 2022년 목표가 1만5575건이었지만 7792건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 관리를 위한 인프라인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 누적 보급도 반도체 부족으로 일정이 지연되며 목표인 1750만호에 510만호 미달한 실적을 보였다.
보고서는 건물 부문의 이행 점검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현재 정부의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직접 배출’만 이행점검 대상이라 전력 소비 등은 전환 부문에서 집계된다. 보고서는 “전기화로 줄어든 화석연료 소비량이 그대로 에너지 집약도 개선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라고 짚었다.
수송 부문 배출량은 ‘2022년 대안 목표’ 보다 1.81%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전기자 누적 보급 대수, 수소차 누적 보급 대수, 수소 승합·화물차 누적 보급 대수 등 지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매년 1% 개선을 목표로 하는 항공기 운영 효율 개선율 지표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국적 항공사의 운영 어려움 등이 이유로 꼽혔다. 보고서는 “저공해 차 보급뿐 아니라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 확대, 자전거 이용 확대 등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세종 플랜1.5 대표는 “이행 점검은 잘 안 되는 부분을 확인하고, 해결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인데 정부 내에서도 자료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총배출량이 2022년보다 올해 더 늘어나도 목표를 달성하게 될 만큼 감축 경로가 너무 느슨하고, 감축률이 적게 산정돼 있어 향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만들 때는 대폭 강화된 감축 목표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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