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79주년 맞은 유럽…이스라엘·극우정당 규탄 시위 물결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들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9주년을 맞은 유럽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홀로코스트 추모’에 반하는 이스라엘의 전쟁과 극우정당을 규탄하며 추모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인 27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는 약 2만명이 모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일부는 가자지구에서의 ‘제노사이드(대량 학살)’를 규탄하는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었고,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감사를 표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날은 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의 집단 학살을 막기 위한 조처를 마련하라고 명령한 다음날이었다.
시위에 참석한 로브나 엘나칼라(54)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거의 110일 동안 물도 음식도 먹지 못했다”면서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와 경찰 당국은 이스라엘 규탄 집회가 반유대주의 움직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유대인 공동체 대표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홀로코스트 추모 집회를 금지했으나, 수도 로마에는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경찰과 대치했다.
밀라노에서도 약 12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위대는 ‘인티파다(이스라엘에 자유와 해방을 요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운동)’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에 참석한 팔레스타인 청년단체 소속 라일라는 “시위 금지 조치는 광장에 나설 동기를 더해줬다. 우리는 계속되는 집단학살뿐만 아니라 투쟁에 대한 억압에도 반대하고 있다”면서 “현재와 미래를 보지 않으면 추모의 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규탄하는 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맞아 극우 정당의 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나온 것이다.
시위대는 “민주주의의 대안은 없다” “나치를 몰아내라” “AfD에 투표하는 것은 1933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1933년은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총리로 취임해 나치의 집권이 시작된 해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뒤셀도르프에서 약 10만명, 만하임에서 약 2만명, 킬에서 약 1만1500명이 참가했으며 그 외 도시에서도 소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킬에서 이주민 단체를 운영하는 두르시예 아이일디즈는 “우리 다음 세대들은 두려움과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믿었지만, 불행하게도 우익 사상이 대물림되고 있다”면서 “다음 세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에서는 AfD 소속 정치인 다수가 이주민 수백만 명을 추방할 계획을 논의하는 모임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AfD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져 왔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1212000001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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