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에 첫 취업, 제2의 인생 시작했습니다"…전업주부 용기에 쏟아진 응원

98:1 경쟁률 뚫고 홀서빙 취업
"인생은 60부터"·"용기에 박수"
고령화로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세

지난 24일 경북 포항 포스텍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이차전지 특화기업 취업 매칭데이에 참여한 청년들이 취업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 전업주부가 60세에 첫 직장을 구한 사연을 공개해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이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이 60, 생애 첫 취업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60세 여성이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일찍 결혼해 자녀를 낳고 가사노동에 전념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았다. 아이들이 결혼하고도 주부로, 할머니로 살면서 한 번의 아르바이트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이후 남편은 직장을 퇴직했고, 잠시 쉬다 재취업을 했다. 작성자는 "제 시간이 너무 남아돌았다. '나도 뭘 좀 해볼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리저리 알아보는데 경력 하나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없었다"라며 "더 늦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니 도전해보자 싶었다"고 했다.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던 작성자는 홀서빙 구인공고를 발견했다. 지원자 수는 무려 98명. 작성자는 "지원서를 써야 하는데 '뭘로 어필해야 저 사람들을 뚫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경험 없지, 나이 많지 답이 없더라"고 했다.

고심하던 그는 지원서에 "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지 않으셨다면 오후에 직접 가게로 가보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가게 사장으로부터 두어 시간 후 오라는 답변을 받았다. 가게를 직접 찾아간 지원자는 작성자뿐이었다. 사장은 "짧은 글에서 열정이 보여 보자고 했다. 인상이 마음에 든다"라며 그 자리에서 합격 통보를 했다.

작성자는 "비록 홀서빙이지만 제겐 첫 도전이자 첫 취업이라 셀프 칭찬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다짐을 담은 글을 올렸다"라며 "2024년이 제겐 '제2의 인생 출발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기 있는 도전에 작성자의 가족도, 누리꾼도 응원을 보냈다. 작성자는 "남편은 첫발을 디뎠으니 잘해보라고 말했고, 아이들은 '대박이다. 엄마의 첫 직장이네' 하며 응원했다"고 했다. 게시글엔 "인생은 60부터", "제2의 인생 응원한다. 용기에 박수 드린다", "첫발 내딛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대단하다"는 누리꾼 댓글이 쏟아졌다.

급격한 고령화로 60세 이상 취업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전체 취업자 수는 622만3,000명으로 처음 600만 명을 돌파했다. 40대 취업자 수(626만 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엔 60세 이상 여성 취업자가 20만4,000명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늘어난 일자리 10개 중 6개(62.4%)꼴이다. 이는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나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여성 근로자 수요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