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에 “대북 영향력 행사” 촉구 다음날 북 순항미사일 발사
쑨웨이둥 중국 차관 평양 떠난 다음날
합참 ”순항미사일 수발 포착”
전문가 “한반도 주도권 과시
중국에도 개입의 틈새 안 준다 의지”
중국기업, 대북제재 위반 소지 논란 속
북한 축구 국가대표단 후원 결정
북한이 28일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발 발사했다. 한·미 사이버동맹훈련을 비난하며 “전쟁의 도화선이 불꽃이 이는 경우 우리의 무자비한 정벌의 목표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번 군사행동과 입장 발표는 미국이 중국에 한반도 위기 고조를 우려하며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한 다음날 이뤄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쯤 북한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미상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4일에도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발을 발사하고 신형 무기인 ‘불화살 3-31’의 시험발사였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순항미사일에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게 개발하고 ‘전략무기화’하면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순항미사일 관련 보도를 바로 내놓지 않았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내고 “우리는 우리가 보유한 최첨단무장장비들이 결코 《과시》용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기회를 통해 증명해 보였을 뿐더러 핵무력의 사용과 관련한 우리식의 핵교리를 법화한지 오래”라며 “미국과 괴뢰 대한민국 족속들에게 다시 한 번 경고하건대 만약 전쟁의 도화선에 불꽃이 이는 경우 우리의 무자비한 정벌의 목표로 될 것”이라고 했다.
논평은 한·미가 지난 15∼26일 벌인 사이버동맹훈련을 문제삼으며 “《싸이버공조체계의 강화》라는 명목 밑에 처음으로 벌어진 이번 훈련은 명백히 싸이버 전쟁 숙달에 목적을 둔 것으로서 그 누구의 《정권종말》을 공공연히 떠벌이며 무분별한 군사적 망동을 일삼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전쟁 도발 책동의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의 이번 군사행동은 미·중이 북한의 군사행동에 우려를 표하고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의 평양 방문 직후에 버젓이 벌어졌다.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태국 방콕에서 26∼27일(현지시간) 회동해 한반도 긴장고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미국 측은 북·러 군사협력을 문제삼으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 외교부 대표단이 25∼27일 방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군사행동이) ‘시험발사’일지, ‘발사훈련’일지에 따라서 북한의 정치적 의도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며 “지난번 서해에서의 시험에 이어 동해에서 또한번 성능 시험을 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훈련이라면 핵항공모함까지 동원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 협력에 강 대 강 맞대응을 하겠다는 것으로, 한반도 문제의 군사적 주도권이 한·미가 아니라 북한에 있다는 과시”라고 봤다. 또 “중국을 향해서는 개입의 틈새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의 이번 북·중 교류 보도에서도 북·러 교류보도와 비교하면 미묘한 온도차가 엿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최 외무상이 쑨 부부장을 접견했다고 27일 보도하면서 “공동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술적 협동과 공동보조를 계속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접견 사진은 단 1장 공개했다. 전략적 협조관계와 전술적 협동을 강조하며 수많은 사진을 쏟아내는 북·러 관계 관련 보도와 차이가 있다.
한편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이날 중국으로 향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방문 목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체육 분야에서 북·중 협력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중국의 스포츠용품 업체 ‘인랑스포츠‘가 북한 남녀 축구 국가대표팀과 후원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유명 브랜드 스포츠 용품이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고 RFA는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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