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돌아온 쩡야니'…무적함대의 귀환 실현될까
[골프한국] 인간이 만들어낸 놀이 중 가장 불가사의한 운동이 골프라고 한다. 한번 골프의 매력에 빠지고 나면 그 치명적 중독성에서 좀처럼 헤어날 수 없다. 아마추어 골프애호가는 물론 골프를 생업으로 삼는 프로선수들까지 수없이 많은 불가사의를 경험한다.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불가사의 자체가 골프 매력의 정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대만의 골프 스타 쩡야니(35)가 골프채를 놓은 경우는 골프 불가사의성의 대표적인 예다.
그는 한때 LPGA투어 통산 59승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스웨덴의 살아있는 골프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53)의 승수를 뛰어넘을 선수로 지목됐었다.
아마추어 시절은 물론 LPGA에 들어와서도 그의 골프 여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6살 때 아버지의 지도로 골프를 익히기 시작한 쩡야니는 일찌감치 타이완의 청소년 골프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5세로 USGA 여자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세계 여자골프 정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퍼블릭 링크스 챔피언십은 미셸 위가 우승하며 그의 골프 천재성을 과시한 바로 그 대회다.
이듬해 미국 노스 사우스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미국의 자존심 모건 프레슬을 누르고 우승한 뒤 애리조나 실버벨 챔피언십까지 제패, 세계 아마추어 골프 1인자로 우뚝 섰다. 2004~2006년 사이 아마추어로 미국에서만 4승, 국제대회에서 15승을 거두었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2007년 LPGA투어 진입을 위한 Q스쿨을 단번에 통과, 2008년부터 LPGA투어에서 활약했다. 데뷔 첫해에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을 차지하며 LPGA투어에 경보를 울렸다.
이후 이어진 그의 우승 행보는 파죽지세(破竹之勢)였다. 2009년 LPGA 코닝클래식 우승으로 예열을 끝낸 쩡야니는 2010년 메이저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우승에 이어 P&W NW 아칸서스 챔피언습 우승을 보탰다.
2011년 LPGA투어는 '쩡야니 천하'였다. 메이저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등 무려 7승을 거두었다.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3승을 추가하며 LPGA투어 사상 가장 빠르게 누적상금 8백만 달러를 돌파한 선수가 되었다.
데뷔 5년 차에 메이저 5승을 포함 통산 15승을 기록하면서 아니카 소렌스탐의 전설을 뛰어넘을 선수로 지목되었다. 남녀선수 통틀어 5대 메이저 최연소(22세 6개월 8일)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2010년 미국 골프기자협회에 의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고 2011년엔 US 스포츠아카데미에 의해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2012년엔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우승 행진은 2013년부터 중단된다. 자신도 모르는 슬럼프에 빠지면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점차 컷 오프 탈락 횟수가 늘어나고 출전대회도 줄어들어 2019년에는 5개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부진의 늪이 깊었다. 결국 2020년 LPGA투어를 접고 타이완으로 돌아갔다.
일부에선 2013년 기아클래식 프로암대회에 지각해 본 대회 출전을 못하면서 멘탈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디펜딩 챔피언인 그는 휴대폰 배터리 방전으로 알람이 울리지 않아 늦잠을 잤다"고 해명했지만 '프로암 불참 선수의 대회 참가 금지' 규정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당시 세계랭킹 2위였던 그는 급전직하로 추락, 지금은 세계랭킹 명단에서도 빠진 상태다. 타이완으로 돌아가서도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아무리 자문을 해봐다 왜 이런 추락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없어 더 답답했다.
이런 쩡야니가 4년여 만에 LPGA투어로 돌아왔다. 지난 26일 미국 플로로다주 브레이든턴의 브레이든턴CC(파71)에서 개막한 LPGA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4년 만에 LPGA투어에 나선 그의 얼굴은 상기돼있었으나 스윙은 예전같지 않았다. 1라운드 8오버파, 2라운드 2오버파, 중간합계 10오버파로 컷(이븐파) 통과에 실패했다. 출전선수 122명 중 118위였다. 1라운드 8오버파에서 2라운드 2오버파로 개선된 것에 그는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연승 행진을 지켜봐 왔던 나로선 '돌아온 장고' 쩡야니에게 미디어들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다. '흘러간 물'이라 재기 가능성이 없다고 여겼는지 모르지만 그의 재기 여부 또한 골프팬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리디아 고의 2024시즌 2연승이나 한국선수들의 선전 여부와 함께 쩡야니의 LPGA투어 재도전은 새로운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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