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정상영업' 서초구 대형마트…시민들 "편하고 좋아요"
마트 노동자들은 '울상'…"이제 또 일요일 없이 일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이미령 기자 =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마다 닫혔던 서울 서초구 대형마트의 문이 1월 넷째 주 일요일인 28일 활짝 열렸다.
서초구가 서울 자치구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하면서다.
이날 오후 1시께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은 활기가 넘쳤다. 건물 외부부터 지하 1층에 있는 이마트로 향하는 내부 곳곳에는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입구에서는 직원들이 손님을 맞이하며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기념 물티슈와 할인쿠폰을 건네기도 했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은 카트를 끌며 두루마리 휴지 등 생필품과 고기·과일·과자 등 먹거리를 카트에 담았다.
손님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마트 양재점을 찾은 김진희(32)·원관호(37) 부부는 "토요일은 대부분 약속이 많아 장을 보기 어렵다. 일요일은 쉬면서 산책도 할 겸 마트에 오기 편한데 이제 매주 문을 연다니 좋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은 급하게 사야 할 것이 있을 때 마트가 문을 닫아 불편했던 적이 많았다"며 "오늘은 집 청소를 하다 밀대가 고장 났는데 바로 사러 올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 걸려 이마트 양재점을 찾았다는 A(77)씨는 "역삼점도 오늘 운영을 하는 줄 알고 갔다가 헛걸음했다"며 "우리 같은 노인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기 어려우니 서초구 말고 다른 대형마트들도 일요일에 정상영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둘째·넷째 일요일 대신 월요일로 휴업일이 바뀐 서초구 잠원동 대형마트 킴스클럽에도 유모차를 끌거나 카트에 아이를 태우고 가족 단위로 장을 보러 오는 발길이 이어졌다.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마트를 찾은 이성연(38)·황정(33) 부부는 "아기를 데리고 평일에 혼자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게 어려워 보통 평일에 퇴근 후 같이 마트를 찾았는데 평일 밤엔 신선식품 재고가 없을 때가 많았다"며 "주말에 이렇게 낮부터 장을 보니 재고가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공휴일 정상영업으로 골목상권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대부분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 부부는 "전통시장은 주차가 번거로워 잘 찾지 않는다. 마트가 일요일에 쉰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찾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씨 부부도 "대형마트는 아기를 실을 수 있는 카트가 있지만 재래시장에선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는 게 쉽지 않다"며 "만약 오늘 마트가 문을 닫았다면 그냥 집에서 배달시켜 먹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A씨는 신선식품 코너에서 계란 한 판을 카트에 담으며 "전통시장은 과일이나 채소가 싸고 다른 건 마트가 싸다. 필요한 상품 종류에 따라 어딜 갈지 택하는 것이지 마트가 쉰다고 시장을 찾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달리 마트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일요일 영업'에 난색을 보였다.
마트 파견 노동자 이모(58)씨는 "오늘도 설 명절 전에 오랜만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일요일에 일하게 돼 가지 못했다. 못된 며느리가 된 것 같아 속상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약 20년간 대형마트에서 일했다는 한 노동자는 "그동안 의무휴업 덕에 주말에 쉬어서 너무 좋았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니 얼떨떨하다"며 "주말에 일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불만스럽지만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13년째 마트에서 일해왔다는 김모(55)씨는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도 늘고 영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직원들은 이제 일요일이 없어지니 당황스럽다"며 "앞으로 주말에 쉬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연차를 사용해야겠지만 그것마저 눈치가 보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는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보호 등을 이유로 도입됐으나 그동안 그 효과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던 끝에 최근 폐지 방향으로 가는 흐름이다.
서초구가 지난해 12월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동대문구도 내달부터 매달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 휴업하기로 하는 등 다른 자치구들도 동참할지 주목된다.
정부 또한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급격한 성장으로 골목상권 보호 등 규제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판단에서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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