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화내면 안돼 다짐하곤 “야! 옷입어!”…입 매무새를 다듬어보자 [워킹맘의 생존육아]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4. 1. 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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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다섯살이 됐을 때였나.

'이쁘게 말하는 당신이 좋다' 를 저술한 임영주 작가는 중요한 자리에 들어가며 매무새 다듬 듯 말할 때 입매무새를 다듬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아이들에게 분노를 덜 표출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은연중에 나의 모든 표정과 말투를 닮아가는 그들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종종 '입매무새'를 다듬어가며 말을 해봐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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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엄마, 이거봐, 헐, 대박!’

첫째가 다섯살이 됐을 때였나. 산책을 하다가 딸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딸이 말은 빠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 말투는 다섯살 아이가 쓸 말투가 아닌데. 귀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웃으며 딸에게 “아니 헐, 대박이 뭐야? 어디서 배웠어”라고 묻자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가 답했다 “어? 엄마가 하는 말이잖아?”, “그래? 헐!대박!”

아이들의 학습 속도는 무섭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 무언가를 금방 배워오는 것이 참 신비하고도 대견하지만 가끔 ‘닮지 않았으면 하는’ 내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걱정이다. ‘헐, 대박’ 같은 쓸데 없는 것은 안 배웠으면 좋겠는데…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구나, 체감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첫째와 둘째의 다툼을 목격한 시어머니의 ‘목격담’을 전해 들었다. 둘째가 욕심을 부려 일어난 일인데, 첫째가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다른 사람 것을 뺏으면 안되지’ 라고 준엄하게 혼을 내더라는 것이다. 엄마, 즉 내가 아이들을 혼낼 때 하는 말투와 똑같은 말씨로 동생에게 이야기를 하는 게 참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나의 목격담은 달랐다. 아마도 아이들이 다투게 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첫째가 준엄하게 목소리를 내는 대신 ‘야!’하고 소리를 먼저 지르는 것이다. 언니가 소리를 지르니 동생도 소리를 지르고, 첫째는 동생이 대들고 우니 더욱 흥분해 분노를 표출했다. 아이들을 말리려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최근에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냈구나’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이 커 가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내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미운 일곱살’, ‘삼춘기’ 라고도 불리는 시기가 되자 정말 ‘미운짓’을 하면 화가 나고 종종 큰 소리로 혼을 내기도 한다. 잘못을 했을 때는 응당 혼이 나야하지만 때로는 그렇게까지 큰 소리를 낼 필요는 없지 않았나, 뒤돌아서 후회하기도 여러번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때로 어른들의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서 ‘저 사람의 부모는 어떤 분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과 동시에 ‘참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랐구나’ 생각 한다. 반대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발언을 들을 때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겪을 때 나도 상처를 받지만 그보다 먼저 ‘저 사람도 상처를 받고 자랐나보다’라는 마음이 든다.

‘이쁘게 말하는 당신이 좋다’ 를 저술한 임영주 작가는 중요한 자리에 들어가며 매무새 다듬 듯 말할 때 입매무새를 다듬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설령 화가 나서 “야”라고 소리질렀어도 잠시 입 매무새를 다듬으면 다음 말은 최소한 다듬을 수 있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그는 사람을 만나면 눈을 인사할 때 잠시 보고 나서 바로 코 주변에서 입술 언저리, 인중을 본다고 한다. 말할 때의 입매는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보여준단다. 짜증내는 말이나 화나서 하는 말, 누군가 못마땅해서 하는 말 모두 입술이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궁금하다면 영화나 드라마를 볼륨을 낮추거나 무음으로 하고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아이들에게 분노를 덜 표출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은연중에 나의 모든 표정과 말투를 닮아가는 그들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종종 ‘입매무새’를 다듬어가며 말을 해봐야지 다짐한다. 임 작가는 입 매무새를 다듬기는 쉽지 않지만, 말의 쉼표, 마침표, 느낌표, 물음표에 잠시 한 템포를 쉬며 한 번 가다듬으면 그나마 가능하다는 ‘팁’을 줬다. 내일부터 조금씩 연습을 해봐야겠다. 오늘 아침에도 등원 준비를 하며 입매무새를 다듬을 새 없이 ‘옷 입으라고!’ 샤우팅을 해대던 나를 반성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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