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 없고, 무료 급식까지…광주에 전국 첫 ‘고려인 노인돌봄센터’ 문 열어
광주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정스베뜰라나씨(63)는 하루 대부분을 17㎡가량의 비좁은 원룸에서 보낸다. 함께 생활하는 딸이 직장에 나가면 빨래와 청소를 하고 TV를 보는 게 전부다. 작은 일거리라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국적이 없고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다. 주변에서 복지시설이라도 다녀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광주고려인마을이 정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고려인 동포를 위해 노인돌봄센터를 전국 최초로 개소했다. 이곳에서는 국적과 언어의 제약 없이 고려인동포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사단법인 광주고려인마을은 “노인돌봄센터가 광산구 월곡동에 지난 26일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28일 밝혔다. 광주 고려인마을 노인돌봄센터는 2012년부터 미인가로 운영되던 고려인마을 어린이집 1층 132㎡ 공간을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고려인마을 어린이집은 지난해 광주시가 고려인 동포 맞벌이 부부에 대한 보육지원으로 어린이집 입소를 지원하면서 폐원했다.
이곳에서는 돌봄 이외에도 기존 노인복지관과 같이 다양한 맞춤형 취미·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한국어교실을 비롯해 치매 예방교육, 노인합창단, 부업지원 프로그램 등이다. 내부에는 활동실과 상담실, 회의실, 급식실, 조리실 등을 갖췄고 전담인력 1명과 조리원 2명, 상담원 1명 등도 따로 배치했다. 특히 고령의 고려인 동포를 위한 무료급식소도 운영한다.
고령의 고려인 동포들은 국내로 이주했지만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한국어도 서툰 이들이 대부분이다.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7000여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70세 이상 노인은 200여명인데 이 중 20~30여명은 몸이 불편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 노인돌봄센터는 이주 동포들의 돌봄 걱정을 덜어주고 정착을 돕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한다. 하지만 고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매년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운영비는 현재까지 과제로 남아있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독립투사 후손인 고려인동포 어르신들이 조국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후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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