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총선땐 與 투표" 한달새 6%P↑···'巨野 견제심리' 강해져
'민주 찍겠다'는 1%P 상승 그쳐
尹부정평가 넉달째 60%대 불구
與, 부동층 흡수···경인·충청 두각
또 공천 갈등땐 민심 이탈 우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이후 집권 여당을 향한 국민 여론이 호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지역구 의원으로 어느 정당 후보를 뽑겠느냐’는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택한 응답이 한 달 새 6%포인트 올라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지난해 말 취임 이후 잇따른 ‘정치 개혁 과제’와 함께 ‘당정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한 위원장의 행보가 정권심판론을 약화시키고 부동층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할 것인가’ 물은 결과 응답자의 43%가 ‘민주당 후보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을 선택한 비율은 39%였다.
여전히 민주당이 다소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승세는 두드러졌다. 국민의힘은 한 달 전 진행한 4차 조사와 비교해 선호도가 6%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한 달 새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내인 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번 5차 여론조사 결과 상당수의 부동층 유권자들이 여당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투표할 정당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지난해 12월 11%에서 이달 9%로 2%포인트 감소했다. 줄어든 부동층 중 상당수가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경향은 이념보다 선거 상황이나 특정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을 보이는 ‘스윙보터’ 지역에서도 확인됐다. 대전·세종·충청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자는 한 달 새 12%포인트 늘어난 44%로 조사된 반면 같은 기간 민주당(47%)은 변동이 없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이 한 달 만에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으로 바뀐 셈이다.
총선 격전지인 인천·경기와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한 달간 각각 6%포인트와 8%포인트씩 뛰었다.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15%포인트 증가하며 전통 텃밭에서는 지지층 결집 양상을 보였다. 세대별로도 20대에서 부동층이 7%포인트 줄어든 가운데 ‘여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한 달 새 20%에서 27%로 늘었다.
‘정권심판론’이 후퇴하고 ‘거야(巨野) 견제 심리’가 팽창한 것이 여당을 향한 민심 개선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62%로 넉 달째 60%를 웃돌고 있지만 ‘정부·여당 심판론’(58%)은 전월보다 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민주당의 의회 독주 심판론’은 같은 기간 3%포인트 증가한 54%를 기록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을 둘러싼 당정 간 충돌이 정권심판론을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이 더 이상 대통령실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중도층에 ‘윤석열 아바타’ 꼬리표를 뗄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한동훈표’ 정치 개혁 행보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운동권 정치 청산’을 시작으로 정치 개혁의 포문을 연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정수 감축, 불체포 특권 포기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여론의 우호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 위원장의 정치 개혁 4호 공약인 ‘국회의원 50명 감축’에 대해 응답자의 69%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한동훈 효과’는 정당 지지도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4%포인트 오른 38%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40%로 변동이 없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1차 조사 당시 38%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을 타다가 한 위원장 등판 이후 처음으로 상승 반전하며 7개월 전 수치를 회복했다.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20대에서 국민의힘은 27%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22%)을 역전한 점도 눈에 띄었다.
다만 아직 국민의힘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심 호조의 상당 부분은 취임 초반 ‘정치 신인 한동훈’에 기댄 것으로 한 위원장과 당 지지율이 디커플링될 조짐도 있다. 또 다음 달 본격화될 공천 국면에서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의 공천 여부를 두고 당정 갈등이 재차 고조될 수 있다. 공천발 자중지란은 민심 이탈을 부추기며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는 게 그간의 전례다.
이번 서울경제·한국갤럽의 5차 정기 여론조사는 25~26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5.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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