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바이든 ‘반도체 지원금’ 드디어 푸나···트럼프 되면 어쩌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년 넘게 차일피일 미뤄 오던 ‘반도체 보조금’ 집행을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 ‘바이드노믹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등에 대대적으로 지원금을 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등 현지에 공장을 짓는 기업들은 수조원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연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높아져 국내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친환경 보조금 정책의 백지화 여부에도 신경써야 하는 처지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반도체 업계 고위 임원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수 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 내에서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무기 시스템을 구동하는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들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조금 지급 시점은 오는 3월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를 선보일 오는 3월7일 국정연설 전에 일부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지원법은 2022년 8월 시행됐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 530억 달러(약 70조원)를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세액공제도 해준다. 대신 지원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같은 ‘우려국가’에 반도체 설비를 지을 수 없다. 중국을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반도체 보조금 지급은 차일피일 연기돼 왔다. 지금까지 170개 이상의 업체들이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금을 신청했으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두 곳뿐이다. 책정한 예산 대비 보조금 신청 기업이 많은 데다가, 미 정부로서는 자국 기업을 먼저 챙겨줘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나 아직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당초 올해 말 목표이던 생산 시작 시점도 2025년으로 밀렸다. 대만 TSMC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파운드리 2곳을 건설 중인데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동 시기를 오는 2025년으로 1년 늦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보조금 지급으로 대선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반도체법은 설비투자액의 5~15% 수준을 지원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투자한 금액(170억원)의 15%인 최대 25억5000만 달러(약 3조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블룸버그통신은 “동아시아에 (반도체)생산능력이 위험할 정도로 집중되는 것을 재조정하려는 이런 노력은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 메시지”라며 “전국에 수천개의 새로운 고소득 일자리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가상 대결에서 소폭 앞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반도체법과 IRA의 축소 내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다.
특히 트럼프는 IRA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며 반감을 표현해왔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 등 친환경 관련 대미 투자를 진행해 온 국내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세제혜택 등을 주는 제도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 우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IRA 법안에는 해당 지역구의 일자리 유치를 위한 공장 설립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돼더라도)관련 항목들은 수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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