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맹방’ 벨라루스와 연합국가 논의 속도…미국은 영국에 핵무기 재배치 계획

선명수 기자 2024. 1. 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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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을 앞두고 유럽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냉전 이후 최대 규모 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 핵무기를 배치한 맹방 벨라루스와의 연합국가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15년 만에 영국에 핵무기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29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통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이 27일 보도했다.

옛소련권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인 양국은 1999년 별도의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해 국가 통합을 모색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3년 전 합의한 ‘연합국가 로드맵’에 따라 그간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점진적으로 통합된 거시경제정책을 마련하고 국가결제시스템과 통화신용정책을 단일화하는 것이 로드맵의 기본 방향이다.

양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사 협력 역시 강화해 왔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침공 당시 자국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러시아는 지난해 6월 벨라루스에 자국 전술핵을 배치했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1991년 옛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당시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똑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벨기에·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튀르키예 등 나토 5개국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앞서 지난 19일 벨라루스 국방부는 핵무기 배치와 관련한 새 군사 독트린을 발표하며 ‘연합국가’ 동맹이 무력 침공을 받았을 때 자국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새 독트린에서 “동서 대치가 뜨거운 국면으로 들어섰다”면서 “전술핵 배치는 잠재적 적들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한 필요 조치”라고 규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외부 침입이 있을 때 자국에 배치된 러시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벨라루스 정부가 새 군사 독트린을 발표한 날 나토 동부전선에 위치한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국경지대에 물리적 방어선을 구축하는 협정을 맺었다. 벨라루스·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은 지난해 벨라루스가 국경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며 이들 국가를 자극하자 국경 경계를 강화하고 검문소 일부를 폐쇄하는 등 맞대응하기도 했다.

나토도 지난 24일부터 병력 9만여명을 동원한, 냉전 이후 최대 규모 연합 군사 훈련을 벌이며 러시아 견제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나토는 이번 훈련을 시작하며 공식적으로 러시아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dpa통신은 입수한 문건을 인용해 이번 훈련이 러시아의 회원국 침공 상황을 가정해 실시된다고 보도했다.


☞ 나토, ‘러 침공 대비’ 냉전 이후 최대 규모 연합 훈련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01190827001

이런 가운데 미국이 15년 만에 영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은 미국이 영국 남동부 서퍽에 있는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 핵무기를 재배치하기 위한 시설 개선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 기지에는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미군 F-35 라이트닝Ⅱ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1954년 영국에 핵무기를 처음 배치한 미국은 2007년 영국에서 핵무기를 철수시켰으나, 관련 시설은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핵무기가 영국에 재배치되면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핵무기가 영국에 다시 배치된다면 대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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