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집권' 클롭이 떠난다…"그래도 리버풀은 맨유처럼 몰락하지 않을 것"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리버풀에 황금기를 안긴 위르겐 클롭 감독이 물러난다. 꽤 오랜시간 리버풀을 관리했기에 장기 집권 이후 따라올 후유증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클롭 감독은 지난 2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2015년부터 잡고 있는 지휘봉을 이번 시즌을 끝으로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클롭 감독은 영상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이 내 결정을 처음 들으면 충격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에너지 고갈을 느꼈다. 장기간 이 일을 이어나가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 리버풀을 떠나는 게 옳다고 확신해 이 결정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클롭 감독은 2015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나 리버풀에 도착했다. 도르트문트에서도 7시즌을 보내면서 장시간 자신의 손으로 어루만졌다. 도르트문트를 자신만의 색깔로 물들인 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지도하는 동안 도르트문트는 2010-11시즌과, 2011-12시즌 연거푸 분데스리가를 우승하며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2012-13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준우승의 성과도 냈다.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를 떠나면서도 자신이 더 할 게 없다는 듯 미련을 두지 않았다. 이후 리버풀과 계약했고, 어느덧 8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에서처럼 리버풀에서도 구단 명성을 대단히 끌어올렸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최고의 명문 클럽이지만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년 이후에는 우승하지 못하던 징크스에 사로잡힌 곳이었다.
클롭 감독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꿔놓았다. 클롭 감독이 처음 물려받았던 라인업은 냉정하게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수준이었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날카로운 눈을 통해 한 자리씩 선수들을 달리했다. 가장 노력한 건 수비 라인이었다. 그때까지 리버풀은 허술한 수비가 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막아왔다.
클롭 감독의 결단은 단호했다. 모든 자리를 바꾸기로 하고 조엘 마팁, 앤드류 로버트슨,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버질 반 다이크 등 동시다발적으로 수비수들을 개선했다. 당시에는 어리거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도 있지만 클롭 감독이 지도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 포백이다. 여기에 늘 문제였던 골키퍼도 6,250만 유로(약 910억 원)라는 거액을 투자하며 알리송으로 퍼즐을 완성했다.
공격도 클롭 감독의 눈이 정확했다. 전방부터 압박하고 빠르게 공격을 마무리하는 데 탁월한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의 강력한 스리톱을 구축했다. 클롭 감독의 지휘 아래 살라와 마네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반열에 올랐고, 피르미누는 연계 플레이에 능한 스트라이커라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가치를 드높였다.
클롭 감독이 손수 매만진 주축이 확 달라지면서 성적도 천지개벽할 정도로 변했다. 2018-19시즌 토트넘 홋스퍼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유럽 정상을 되찾은 리버풀은 숙원이던 프리미어리그 우승까지 내달렸다. 바로 다음 시즌인 2020년 갈망하던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영광의 시간은 계속됐다. 2020-21시즌 조금은 고착화된 전술과 강도 높은 피지컬을 요구하는 클롭 감독의 전술이 과부하가 걸린 시기였다. 선수단이 줄부상에 시달리며 전체적인 경기력이 내려가면서 클롭 감독 부임하고 가장 적은 트로피를 수확한 시기였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틀로 리버풀을 단단하게 만들어나갔다.
2021-22시즌 보란듯이 반등했다. 클롭 감독과 리버풀은 영국축구협회(FA)컵과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을 동시에 들어올리며 획득하지 못했던 우승을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비록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밀려 고배를 마셨어도 도메스틱 컵 더블로 영광을 이어나갔다.
지난 시즌 다시 아쉬운 시간을 보낸 리버풀은 현재 다시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다. 시즌에 앞서 도미닉 소보슬라이,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 엔도 와타루, 라이언 흐라번베르흐 등을 영입하며 선수단을 보강했다. 그리고 현재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4승 6무 1패를 거두며 리그 선두에 올라 있다.
리버풀이 곧 클롭 감독이었다. 그렇기에 클롭 감독도 "여러분 앞에서 분명한 설명을 하겠다. 이 구단과 도시, 서포터를 정말 사랑한다. 팀과 스태프 구단의 모든 부분도 좋다"며 "그러나 내가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한 건 지금은 아니더라도 일을 계속해서 하고 또 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라고 내면의 고충을 털어놨다.
발표는 지금이지만 꽤 오래 전부터 고민했다. 클롭 감독은 "작년 11월 구단에 말을 했다. 내 업무는 터치라인에서 훈련을 지휘하는 것들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일은 이와 같은 활동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시즌이 시작되면, 이미 그 다음 시즌을 계획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다같이 앉아서 잠재적인 이적이나, 다음 프리시즌 장소를 정할 때, 나는 그 때 여기에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라고 했다.
클롭 감독은 떠나기로 결심하면서도 리버풀을 먼저 생각했다. 다음 시즌 계획을 지금부터 구상해야 하기에 먼저 결별을 밝힌 셈이다. 그는 "지난 시즌은 매우 어려운 시즌이었고, 다른 팀들은 결별을 결정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리버풀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오랫동안 자신의 거취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했음을 밝혔다.
이어서 클롭 감독은 "나에게 있어 팀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은 너무너무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전부였다. 그리고 정상으로 올라간 것이 일찍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리버풀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춘 정말 좋은 팀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게 결과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단지 내가 100% 옳다고 생각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이 부분을 두고 현지는 리버풀이 클롭 감독이 떠나도 황금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영국은 한 사령탑의 장기 집권 이후 후유증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며 느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7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도하면서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2013년 퍼거슨 감독이 떠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 누가 와도 퍼거슨 감독처럼 해내지 못하고 있다. 반복된 실패에 구단 명성도 바닥을 찍고 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클롭 감독이 밝힌 결별 시점을 유심히 살폈다. 매체는 "클롭 감독의 결별 충결에도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퍼거슨 감독을 대체하려고 겪은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시점에 발표하면서 잔여 기간 선수들에게 활력이 불 수 있다. 오히려 질서있는 후임 전환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일리메일은 "선수들은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분명히 클롭 감독과 잘 지내겠지만 다음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클롭 감독이 일찍 결별을 말하면서 여러 감독이 그의 후임자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젊고 배고프고 재능있는 팀을 물려받을 누군가에게는 꿈의 직장이 될 수 있다. 그들은 리버풀의 모든 경기, 선수들을 연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클롭 감독은 장기 집권을 하면서도 독단적인 결정을 해온 지도자가 아니었다. 매체는 "클롭 감독처럼 카리스마 있고 인기 있는 사람이 다시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지금의 리버풀은 10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르센 벵거의 아스널과 다른 면이 있다. 그들은 최종 결정권을 가졌지만 리버풀은 클롭 감독 한 사람에게 의존한 구조가 아니"라며 "리버풀은 클롭 감독이 안겨다준 황금기가 그가 떠난다고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시간 클롭 감독과 리버풀은 아름다운 이별에 돌입한다. 리버풀 구단 운영을 담당하는 펜웨이 스포츠 그룹의 마이크 고든 회장도 "펜웨이 스포츠 그룹의 소유주인 존 헨리와 톰 베르너를 대표하여 클롭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클롭 감독은 단순한 감독을 넘어서 엄청난 존경과 감사,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리더를 잃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슬프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클롭 감독을 인정하는 만큼 그의 결정도 따랐다. 고든 회장은 "우리는 이번 시즌을 리버풀과의 마지막으로 정한 클롭 감독의 바람과 이유를 전적으로 존중한다. 다만 클롭 감독의 뜻대로 경의의 표현은 더 적절한 때에 남겨두기로 하자"며 "클롭 감독의 부임은 소유주로서의 시대 중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임을 재확인했다. 그동안의 놀라운 성과들은 클롭 감독과 그의 팀이 우리 모두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기쁨"이라고 박수를 건넸다.
끝으로 "클롭 감독의 많은 성과들은 결코 당연히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리버풀의 위대한 감독인 클롭 감독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며, 우리는 그가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 믿고 있다"라고 지지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클롭 감독은 "리버풀 팬분들이 이 결정을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그러면 정말 감사할 것이다.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너무 제 응원가를 일찍 부르지 말아달라. 그냥 경기장이 열광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하나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너무 남은 경기 동안 나에게 집중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팀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원한다. 나에 대한 응원은 사양하고 싶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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