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연기는 천직, 그러나 체력 절실해. 최근 뇌검사 받아" [인터뷰M]

김경희 2024. 1. 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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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데이즈'로 '미나리' 이후 처음으로 국내 영화에 복귀한 배우 윤여정을 만났다. 윤여정은 2021년 '미나리'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글로벌 OTT를 통해 근현대 한국사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 '파친코'에 출연하며 그야말로 윤여정 신드롬을 만들어 낸 바 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번에 출연한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작품으로 윤여정은 성공한 건축가 '민서'를 연기하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미나리'로 인터뷰할 당시만 해도 코로나 시기여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대면 인터뷰로 진행한 윤여정은 생각보다 작은 체구와 기대만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이었다.

영화 '도그데이즈'의 개봉 소감을 묻는 첫 질문부터 그는 "나는 내 영화를 보고 연기적 문제를 찾고 단점만 보는 사람이니 소감은 묻지 마라."는 말을 했다.

이 영화의 어떤 매력 때문에 출연하게 되었냐는 질문에도 그는 "영화적 매력 없었고 오로지 감독 때문에 하게 되었다. 아주 예전 김덕민 감독이 조감독을 하던 시절, 나도 당시에 별 볼 일 없는 배우였는데 그때 작품을 같이 하면서 전우애가 쌓였다. 서로 개취급 당하면서 애정이 쌓였고 그때 조감독이 입봉 한다면 내가 꼭 출연하리라는 결심을 했고 그 결심을 지키려 출연하게 되었다."라며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출연했음을 밝혔다.

1966년에 데뷔했고 중간에 몇 년 미국으로 이민 가는 바람에 활동을 쉰 적이 있기는 하지만 벌써 50년 가까이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윤여정은 "매번 작품을 하면서는 했던 역할은 안 하려 했고 뭔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중간에 필요에 의해, 이혼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해서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때는 그런 거 신경 못쓰고 연기했었다. 그때는 싫증도 나고 짜증도 나고 이게 뭔가 싶어 속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65살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기준을 정했다. 감독을 보거나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고르고 있다. 연기를 오래 했고 나이가 드니까 선택지가 많지 않아 지더라. 시나리오도 좋고 내 역할도 좋고 돈도 많이 주고 명감독이면 더 좋겠지만 그런 기회는 이제 안 오더라. 그래서 그냥 시나리 오면 시나리오, 감독과의 인연이면 인연, 그렇게 하나씩만 보고 고른다. 이번에는 감독 때문에 하게 되었다."며 감독 때문에 작품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된 인생 경험을 짧게 풀어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젊을 때처럼 드라마틱한 인물의 변화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다 보니 윤여정은 "이 나이에 욕심을 부리는 건 노욕이다. 인생을 정리할 나이인데 아직도 일을 한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내 주위에 다 아프고 병들어 누워있는 게 일상인 사람이 많은데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감사히 여기려 한다. 그래서 예전보다 고민이 많지 않고 따지지 않는다. 뭘 그리 따지고 셈 할 일이 많겠나. 그래서 요즘은 사람을 보거나 시나리오를 보거나 누구를 돕는다는 쪽으로 선택의 폭을 좁혀 일하고 있다."며 작품과 사람으로 고민의 폭을 좁히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그렇게 선택한 '도그데이즈'에서 윤여정은 세계적인 건축가를 연기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지만 집에서는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그는 "실제로 한국에서 건축으로 세계적인 인물과 친하다. 그런데 그분을 만나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설계를 해서 비엔날레 상을 받았나 싶게 일상은 평범하더라. 일상과 직업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서 직업적인 표현보다는 일상적인 표현에만 고민했다."며 '민서'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는지를 이야기했다.

어떤 배우들은 캐릭터 표현을 위해 걸음걸이도 연구한다고 하던데 윤여정은 "나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나는 '내가 이 상황이라면' '내가 이 여자라면'이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그동안 작품 속 캐릭터와 일치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번에는 좀 심하게 작품 속 인물과 실제 내가 똑같았던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윤여정은 "나는 절대 대본을 바꾸지 않는다. 나는 구세대 배우인데 내가 연기를 배웠던 시절에는 토씨 하나라도 바꾸면 큰일이 났다. 작가가 얼마나 피땀 흘리며 대사를 써나가는데 나 편하자고 내 입에 맞춰 대사를 바꾸겠나. 나는 작가의 글을 존중한다. 그래서 나는 대사 바꾸는 걸 싫어하고 애드리브도 싫어한다."라며 작품 속 모든 대사는 100% 대본에 충실해 표현함을 알렸다.

내 평소 말투와 다른 말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많은 대사를 지금 76세의 노인이 외우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윤여정은 "내가 하는 노력은 대본을 많이 보는 것. 자기 전에도 또 보고 마르고 닳도록 외우려고 미련하게 노력하는 편이다. 대사를 보고 또 보고 또 봐야 그 인물이 되더라. 그런 방식을 고치려 하지 않는 편"이라며 대사를 외우는 비법은 따로 없이 그저 미련한 노력 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매번 다른 회차의 대사를 외워야 하고 쉼 없이 다른 작품에 도전하는 윤여정은 "요 몇 년 동안 계속 해외 촬영을 하며 오다는데 체력을 보충하는 게 절실해졌다. 요즘 너무 진이 빠져 힘들더라. 몸보신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얼마 전에 책을 읽었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나서 뇌검사도 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라며 팬들의 가슴을 철렁 이게 할 근황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 윤여정은 반려동물과 함께 쓸쓸하게 살아가는 노년의 모습을 그렸다. 자식보다 더 소중한 반려 존재인 반려견 '완다'와의 애틋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그는 "나도 반려동물을 키웠었다. 그런데 다시는 안 키우려고 한다. 반려동물은 자식을 하나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 나이에는 자식을 돌볼 상황이 못돼서 자신이 없다. 그래서 외롭게 살다 가려고 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드러냈다.

극 중 '민서'는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았고 끝내 자신의 자식 같은 '완다'를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안겨준다. 이 대목에 대해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많았다. 자식 같은 반려견을 어떻게 남의 가정에게 넘기냐는 의견과 한편으로는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상황이라면 책임질 수 있는 가족에게 인도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말에 윤여정은 "그건 그녀의 관용이고 여유. 그녀는 곧 세상을 뜰 상황인데 '완다'를 사랑하는 다른 가정에 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냐. 그 집이 '완다'를 더 잘 키울 것 같은데. 오히려 옳은 결정이고 현명한 결정이었다. '민서'를 위해 '완다'를 위해 너무 잘한 결정"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반려견에 대한 메시지 말고도 이 작품에서 윤여정은 탕준상과 함께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에게 가슴 뭉클한 감독을 안겨준다. 명대사의 향연이기도 했던 윤여정의 연기에 대해 그는 "처음 시나리오의 캐릭터 이름이 윤여정이었다. 그래서 이거 뭐냐고 했었다. 요즘 들어 나를 놓고 썼다는 시나리오가 너무 많다고 했더니 이번 영화는 이름부터 윤여정이라며 거절 못하게 하더라. 그런데 시나리오를 너무 잘 썼더라. 작가의 글이 좋았다."라며 시나리오가 좋았기에 자신의 연기나 대사가 좋게 나온 것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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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나를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시나리오 썼다는 압박을 주면 흥행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나는 자신이 없다. 지금까지 난 스타였던 적이 없다. 그래서 나를 보려고 돈을 내고 극장에 관객이 온다고 생각히지 않아서 내가 오롯이 주인공인 작품은 안 하려 한다. 이 작품은 흥행이 안돼도 내 책임이 아니다."라며 웃으며 농담을 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이후 윤여정을 보려고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이 영화도 그런 의미에서 윤여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윤여정은 "늙으니까 감성이 점점 무뎌진다. 일희일비 안 하고 오늘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으면 감사하고 작은 일에 감사하며 보내고 있다"라며 "올해 '파친코' 촬영도 끝냈고 독립영화도 하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약속한 일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버텨주면 좋겠다."며 올해에도 배우로서의 행보에 멈춤이 없음을 알렸다.

그는 "나는 늘 힘들었다. 출세한 지 얼마 안 됐다. 그전까지는 사는 게 힘들어서 불평도 많이 했다. 사람들은 내가 큰 상을 탄 것만 기억하는데 그건 잠깐 전이고 그전까지는 쭉 힘들었다."며 최근 몇 년간의 영화로움이 오기 전까지 너무 힘든 시간을 버텨왔다는 말을 했다.

영광의 시간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하소연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여정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일까? "지금은 연기가 천직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오래 하고 있는데 천직이 아니라고 하는 게 실례 아니겠나.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라며 윤여정에게 연기는 전부라는 이야기를 했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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