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물면 끝장을 봐”... 레즈비언 변호사, 트럼프 두 번 잡았다
작년 성폭행 명예훼손 승소 이어
1000억원대 보상판결 받아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여성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8330만달러(약 1100억원)를 물어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2연승을 거두며 대권을 향해 질주하던 그가 ‘배상금 폭탄’을 맞으면서, 재판을 승소로 이끈 여성 변호사 로버타 캐플런(58)도 주목받고 있다.
캐럴의 변호인으로 재판에 임한 그는 지난해 5월에 이어 이날 판결까지 두 번이나 트럼프에게 타격을 입히며 뉴스의 중심에 섰다. 캐럴은 판결 직후 성명에서 “이번 승리는 캐플런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1년간 계속된 캐플런과의 싸움에서 계속 지기만 한다”고 했다.
이번 재판은 뉴욕 한복판 맨해튼 법원에서 벌어진 두 뉴요커(트럼프와 캐플런)의 법정 대결로 주목받았다. 캐플런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으로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1996년 맨해튼에 있는 대형 로펌 폴 와이스에 취직해 주로 기업 사건을 담당하며 명성을 쌓았고, 민권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2013년 결혼을 이성(남성과 여성) 간으로 한정한 결혼보호법이 부분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며 주목받았다. 이 판결을 계기로 동성 부부가 이성 부부와 마찬가지로 사회보장 급여, 세금 감면 같은 연방제도의 혜택과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캐플런 본인도 레즈비언으로 2005년 9월 여성과 결혼했다.
그는 스스로를 ‘뼈다귀를 물어버린 개(a dog with a bone)’라 표현할 정도로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성정을 갖고 있었다. 또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달변가라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너를 사랑하지만 단 3분이라도 조용히 해줄 수 없겠니?”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2022년 10월 성폭행 명예훼손 재판 관련 증언 진술 녹취를 위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찾아 약 5시간 동안 트럼프와 대면했을 때가 압권이었다. 트럼프는 캐플런을 향해 “캐럴(피해자)은 내 타입이 아니고 당신은 더더욱 아니다” “그 어떤 상황이 와도 나는 당신에게 관심을 가질 일이 없다”라고 모욕을 줬다. 하지만 캐플런은 트럼프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았고, 질문마다 “나는 변호사”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얘기를 이어갔다.
NYT는 이번 재판에 대해 “가공할 만한 전투력을 가진 달변가이면서, 각각 다른 세계에서 다른 방법으로 살아온 뉴요커 두 명의 충돌”이라고 했다. 법원 선고가 있던 마지막 날에도 두 사람이 간접적으로 부딪쳤다. 캐플런이 최후 진술에서 “트럼프는 규칙과 법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하자 트럼프가 법정 밖으로 나가버렸다. 캐플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든 그것과 관계없이 모든 법과 규칙이 (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했다. 캐플런은 판결 직후 CNN에 출연해 “솔직히 트럼프의 퇴장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며 “오늘은 미국 사법 시스템에 좋은 날”이라고 했다. 또 막대한 배상금에 대해 “매각을 하든 대출을 받든 트럼프의 일이지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며 “반드시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캐플런은 이번 재판을 심리한 루이스 캐플런 연방법원 판사와 같은 성(姓)이지만 친·인척 관계는 아니라고 한다.
캐플런이 언제나 피해자 편에 섰던 것은 아니다. 이른바 ‘미투 운동’ 이후인 2020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성비위를 은폐했다는 소송이 제기됐을 당시 사측을 대리했다. 또 전직 직원들의 성희롱·성추행 폭로가 잇따르면서 낙마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에게도 법률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캐플런은 직장 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법률·언론 조력을 제공하는 비영리 기금인 ‘타임스 업(Times UP)’ 의장에서 사퇴했다. 쿠오모는 민주당 출신 유력 정치인이었는데 이 때문에 트럼프는 캐플런을 “민주당과 한통속”이란 식으로 공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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