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예타 `무용지물`… 면제사업규모 22조 넘는다
가덕도사업, 편익비율 기준이하
타당성 없어도 추진… 미래 부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역의 대규모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선심성 입법이 반복되고 있다. 2020년 5월말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에서 예타를 면제해 추진하는 사업 규모를 헤아려보면 22조원을 넘는다.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수십조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건전재정 기조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법은 모두 예타 면제 조항이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고, 총 사업비를 합산하면 최소 2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호남 상생 공약인 달빛철도 특별법은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철도 사업으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발의 단계부터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는데, 본회의에서도 재적 216명 중 찬성 211명으로 이견 없이 의결됐다.
달빛철도 사업의 예상 사업비는 단선 기준으로도 최소 6조원에 이르고, 수요조사 과정에서 노선이 추가되거나 할 경우 사업비가 최대 11조원으로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이처럼 대규모 사업을 면밀히 사업성 검토 없이 추진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표시해왔지만, 여야가 합의하면서 결국 예타 면제가 결정됐다. 2021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달빛철도의 비용·편익(B/C)값은 0.483에 그친다. B/C값은 1.0보다 높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대구에 소재한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이전해 이른바 'TK신공항'을 건립하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민간공항 이전에 2조 6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재석 254명 중 찬성 228명으로 압도적 표차로 의결됐다. 당시 여당이 원하는 TK신공항과 야당이 내세운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을 동시에 처리하는 '야합'이 있었다.
2021년 2월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사업비 13조 4900억원 규모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동남권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에 짓는 사업으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58 이하로 기준치(1)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석 의원 229명 가운데 181명이 찬성했다. 당시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 다수도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밖에도 예타 면제 조항을 담은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는 상황이다. 김포·파주 등 인구 50만명 이상인 접경 지역의 교통 건설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예타 없이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게 가능해진다. 해당 법안은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가결됐다.
예타를 아예 받지도 않는 자잘한 사업이 늘어나 재정 누수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예타 면제 기준을 두 배로 상향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를 통과하면서다.
예타 면제 총사업비 기준을 기존 500억원(국비 지원 3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국비 지원 5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포퓰리즘 논란이 빗발치며 논의를 연기하기는 했지만, 논의가 재개될 경우 여야 간 이견 없이 통과될 것이란 예상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에도 선심성 예타 면제가 잇달았다. 총 사업비 4조 6000억원이 투입되는 남부내륙철도 사업과 평택~오송 복복선화(3조 94억원), 대구산업선(1조 1072억원), 충북선 고속화(1조 4518억원), 도봉산 포천선(1조 391억원) 등 지역 균형발전 명목으로 수조원대 사업이 연달아 사업성 검증 절차를 패싱했다. 또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구실로 사업비 8077억원의 새만금 국제공항이 예타를 면제받기도 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예타 안에는 경제성 분석 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평가하는 항목도 들어 있다"며 "정치적 논리로 무작정 예타를 면제하게 되면 국가 예산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지역 불균형을 더욱 심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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