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특별해야 산다…요즘 오프라인 매장 승부수는 ‘특화’

유선희 기자 2024. 1. 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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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비중 90% 차지 ‘그랑 그로서리 은평’
라면만 팔고 컬리 제품만 파는 ‘편의점 CU’
온라인 맞서 특별한 공간 경험·쇼핑 효율↑
식료품 비중이 90% 달하는 롯데마트 특화매장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 롯데마트 제공

온라인몰이 대세라고? 새해 유통업계는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중심에 선 것은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특화매장’. 하나의 상품군을 집대성한 특화 매장으로, 소비자에게 다양하고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가성비’가 아닌 ‘시성비’(시간 대비 쇼핑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선두에는 대형마트가 있다. 롯데마트는 은평점을 새롭게 단장하며 식료품의 비중이 90%에 달하는 특화매장인 ‘그랑 그로서리’로 꾸몄다. 비식품 매대 비중이 40~ 50%인 다른 매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일매일의 먹거리 고민을 해결해주는 새로운 유형의 그로서리 전문마켓”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입구부터 44m에 이르는 공간은 ‘롱 델리 로드’라고 이름 짓고 즉석조리식과 간편식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미국식 중화요리 즉석조리식품을 뷔페처럼 담아갈 수 있는 ‘요리하다 키친’, 마트식 오마카세를 내세운 ‘요리하다 스시’, 캠핑족을 겨냥한 ‘요리하다 그릴’ 등이다.

가공식품도 차별화했다. 라면 특화존, 커피 특화존을 만들었고, 각국 식재료와 조미료를 진열한 글로벌 상품존도 마련했다. 소비자 식습관 다양화에 맞춰 비건 제품, 글루텐 프리 제품 등의 상품군도 늘렸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픈 이후 이달 23일까지 매장 방문 고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약 15%가 늘었고, 매출 역시 20%가량 늘었다. 특히 ‘롱 델리 로드’에서 판매한 델리 상품군의 경우, 전년에 견줘 약 60% 이상 신장했다. 수산·축산물 역시 25%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은 가장 먼저 신상품을 선보이고 고객 반응을 확인해 이를 전 점포로 확대하는 ‘안테나숍’의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은평점의 ‘요리하다 스시’에서 인기를 끈 고등어 초절임 회는 25일부터 70개 점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그랑 그로서리 외에도 매장 내 특화존도 운영 중이다. 비건 식품 전문인 ‘제로미트존’과 유명 맛집·셰프와 협업한 외식 메뉴를 모은 ‘고메스트리트존’ 등이다. 가성비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모두 취급하는 보틀벙커도 특화매장 중 하나다.

380여종의 위스키만 모아 파는 홈플러스 위스키 라이브러리.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는 식품 전문 점포 ‘메가푸드 마켓’ 안에 특화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방학점에 처음 문을 연 ‘라면 박물관’은 수입라면 70여종을 포함해 360여종을 판매한다. 현재 11개 메가푸드마켓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특화 매장 설치 전에 견줘 라면 매출이 약 90% 이상 증가하는 등 효과를 내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 밖에도 위스키 380여종을 구비한 ‘위스키 라이브러리’와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트렌드를 반영한 ‘믹솔로지존’, 천연 간식·선식 등의 건강한 먹거리에 집중한 ‘베터 초이스’ 등 특화 매장을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위스키 라이브러리는 지난 한 해 매출이 전년에 견줘 평균 65% 증가했고, 믹솔로지존과 베터 초이스 역시 각각 145%, 50%의 성장세를 보였다.

씨유가 운영 중인 컬리 특화 편의점(타워팰리스점).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도 특화매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편의점 씨유(CU)는 지난달 21일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와 손잡고 ‘씨유 컬리 특화 편의점’(타워팰리스점)을 오픈했다. 컬리가 현재 운영하는 양질의 다양한 식품군 수요를 기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 오겠다는 전략이다.

컬리 특화 편의점 매장 전면에 위치한 ‘컬리존’에서는 정육, 수산물, 계란, 채소 등 신선식품을 비롯해 간편식, 냉동식품까지 컬리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110여종을 판매한다. 씨유 관계자는 “기존 편의점은 주로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채널이었지만, 편의점 장보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커머스 컬리의 식품 라인업을 도입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컬리 역시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과 협업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브랜드 홍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씨유가 한겨레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컬리 특화 매장은 가족의 식사를 주로 책임지는 40대를 사로잡았다. 40대가 전체 매출의 31.8%를 차지한다. 다음으로는 30대 29.9%, 20대 21.2%, 50대 10.3% 등의 비중을 보였다.

씨유 컬리 특화 편의점에서 식재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0% 수준으로, 일반 점포(2% 내외) 대비 월등히 높다. 절대적인 매출을 비교해도 일반 점포 대비 식재료 매출이 3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씨유가 운영 중인 라면 특화 편의점(홍대상상점). BGF리테일 제공

씨유는 앞서 지난해 12월엔 홍대 근처에 230여종의 라면을 총망라한 특화 편의점(홍대상상점)도 열었다. 이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리는 화제의 장소다. 개점 이후 라면 매출의 62%가 외국인에게서 나왔다. 라면 수출 1조원 시대에 제대로 된 특화 매장 아이디어가 먹힌 셈이다. 씨유 집계를 보면, 매장 개점 한 달 동안 판매된 라면은 총 1만5천여개로, 하루 평균 500개씩 팔렸다. 일반 점포 판매량의 10배 이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의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가 점포 수 확대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다양하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문화된 특화매장이 온라인보다 쇼핑에 더 편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어 앞으로도 특화매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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