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매 작품이 변화와 도전이었다”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4. 1. 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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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실화 바탕 영화 《시민덕희》에서 열연한 라미란 “올해 목표는 다이어트!”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배우 라미란(48)이 《시민덕희》로 새해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이번엔 짜릿한 보이스피싱 소탕 실화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극 중 라미란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 역을 맡았다. 전 재산을 잃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지켜내는 강한 엄마 역할이다. 특히나 《응답하라 1988》 《나쁜엄마》 등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색채의 모성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라미란이 선보이는 '엄마' 캐릭터가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라미란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덕희'가 되고 싶었다. 마음 아픈 내용이지만 통쾌하게 그려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관객들에게 "대단한 영웅이나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 '덕희'의 모습을 보며 시원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출을 맡은 박영주 감독은 "라미란은 연출자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연기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앞서 언급했듯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 실화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다. 작품을 기획한 제작사 페이지원필름의 정재연 대표는 "동네 세탁소를 운영하던 평범한 중년의 여성이 경찰도 잡기 힘들다는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았다는 실화를 접했을 때, 영화화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제작진은 사건 당사자를 비롯해 범죄분석가 표창원 교수, 당시 사건 취재 기자,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관계자 등 다양한 관련자를 만난 것은 물론이고, 방대한 보이스피싱 관련 서적과 자료들, 지능범죄수사팀 담당 형사들과의 인터뷰 등을 참고하며 작품에 디테일을 더해 갔다는 후문이다. 《시민덕희》 개봉 직전에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라미란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와 근황을 들었다.

ⓒ쇼박스 제공

시사회 때부터 영화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기대를 많이 안 하고 본 분이 많아서인지 의외로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단순한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게가 있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실화라는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덕희'라는 인물이 존경스러웠다. 가공의 인물이라면 더 세게, 더 자극적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실화가 가지는 힘이 분명히 있다."

신인 감독의 작품이다. 부담은 없었나.

"신인 감독과 많이 작업을 해봤다. 부담은 없다. 물론 감독님에 대한 첫 느낌이 대학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 현장을 어떻게 이끌고 갈까 싶었는데 웬걸, 너무나 야무지게 잘 챙겨 끌고 가더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덕희'로 사는 마음가짐도 중요했을 것 같다.

'저 스스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덕희를 만나면서 내가 덕희의 상황에 놓이면 덕희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덕희와 비교하니 저는 비겁자더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덕희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시사회 때 실존 인물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나 단단한 분이셨다. 잠깐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여성 주체적 캐릭터를 계속 맡는 느낌이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연약하고 하늘하늘한 역할도 맡고 싶다(웃음). 그러기엔 너무 건장한가? 씩씩한 역할을 많이 주시는 것 같다."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등 같이하는 배우들의 합이 좋더라.

"결국 밥을 같이 먹는 게 중요하다. 현장이라는 게 그렇다. 데면데면하면 서로 아무리 불꽃 연기를 해봤자 케미가 안 산다. 현장에서 될 수 있는 한 밥을 매일 같이 먹었더니 화면에 그 친근함이 드러나더라. 결국 제가 살이 찔수록 케미가 좋아지더라(웃음)."

함께 출연한 염혜란의 경우 '제2의 라미란'이라는 수식어도 있었다. 함께해 보니 어땠나.

"제2의 라미란이라니, 이제는 제1의 염혜란이다. 좋은 작품들 많이 하면서 이미 인정받은 배우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다."

ⓒ쇼박스 제공

이 작품은 실화이고, 주인공의 행동력이 대단하다. 실제로 라미란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동력이 발휘됐던 순간은 언제인가.

"저는 대체로 누워만 있는 사람이다(웃음). 그래서 어찌 보면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용기를 내는 것 같다. 들어가기 직전까지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다. 그러다가 그냥 비우고 간다. 할 수 있다는 자기암시를 하고 용기를 낸다. 한 번도 만만했던 작품이 없었다. 도전 자체가 제게는 행동력이다."

천하의 라미란이 아직도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하다니(웃음).

"자신감이 붙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태우면서 더 노출이 되고, 그럴수록 소진되고 없어지는 느낌이다. 노하우가 쌓여서 일하는 게 편해지는 게 아니라 밑천이 드러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은 재미있으니까. 안 하면 잊힌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일이 없으면 불안감도 크다. 예전에 많이 놀아봐서 일이 없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힘들더라."

소진된다는 기분이 들 때, 그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캠핑장에 가서 가만히 앉아있다. 매번 같은 루틴이긴 한데 항상 비우는 작업을 많이 한다. 작품을 끝내면 잊는다. 리셋시키려고 노력한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어떤 사람이지?' '어떤 성격이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연기할 때의 내 모습만 기억나서 진짜 내 모습을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는 편이다."

대중의 기대치에 압박을 느끼나.

"흘러가는 대로 놔둘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언젠가는 나를 찾지 않을 시간이 올 것이다. 지금도 스멀스멀 오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때가 되면 제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롤이 있지 않겠나."

연기관도 듣고 싶다.

"저는 역할에 대한 마인드가 열려있다. 언젠가부터 대체로 주인공 역할만 주시는데, 좋은 작품이라면 서브 역할도 얼마든지 참여하고 싶다. 제가 언제부터 주인공을 했다고 역할의 크기를 재가며 가리겠나.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시절을 만났고 한동안 잘 놀았으면 됐다. 필요한 적재적소에 쓰이고 싶다."

어떻게 나이 들고 싶나.

"별다를 건 없다. 계속 연기를 하고 싶고,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 노력도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안일하게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가지고 가져다 쓴 느낌이다. 50세가 되면 뭔가에 도전해 보고 싶다. 다른 이미지를 가져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려면 살을 빼야 하나? 사실 지금 다이어트 4일 차다(웃음). 장윤주처럼 나도 비쩍 말라보고 싶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살을 빼고 싶어 올해 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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