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운" 김미경, 장나라·김태희母 넘어 '국민엄마' 되기까지…"스타자식만 70명"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예전엔 '국민 엄마'라 하면 배우 김혜자, 고두심, 김해숙이 떠올랐지만, 요즘 세대에서의 '국민 엄마'는 단연코 김미경이다. 김미경은 시니컬한 말투 뒤 느껴지는 엄마의 사랑과 진심을 전달하며 안방극장에 '국민 엄마'로 스며들었다.
지난해에만 tvN '대행사', '일타 스캔들', JTBC '닥터 차정숙', 지니TV '사랑한다고 말해줘', JTBC '웰컴투 삼달리',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등 무려 여섯 작품에서 엄마로 활약했던 김미경.
최근 서울 서초구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난 김미경은 "사실 엄마 역을 한 게 너무 오래 됐다. 너무 오랫동안 엄마를 해왔어서 이번에 맡았던 역할이 다른 거보다 특별한 건 없었다. '웰컴투 삼달리'와 '이재, 곧 죽습니다'는 엄마의 서사가 있어서 연기하는 데 있어서 재밌고 좀 더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마의 서사가 있는 게 저한텐 좋았다"고 말했다.
유난히 따뜻한 엄마를 주로 연기했던 김미경은 "엄마가 아닌 그 어떤 걸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저한테 나쁜 걸 안 주시더라. 저 나쁜 사람이다"라고 농담하면서 "강해도 좋고 나쁜 엄마여도 좋고 엄마가 아닌 다른 악역도 해보고 싶은데, 그런 것만 주시더라"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떤 엄마일까. "딸한테 '엄마가 왜 좋으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개그맨 같아서 좋아'라고 했다. 성공했다 싶었다. 저는 무서운 엄마는 싫다. 딸이랑 베프다. 엄청 친하다. 아이들이 부모한테 말을 못하고 친구들끼리 비밀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딸은 반대다. 저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는다"
이어 '국민 엄마'가 된 엄마에 대한 딸의 반응을 묻자 "나름 뿌듯해 하긴 하지만 '내 엄마야' 하더라"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미경 본인 또한 '국민 엄마' 타이틀에 대해 "되게 쑥스럽다. '국민 엄마'는 우리 엄마다"라고 웃어보이며 "'국민 엄마' 타이틀은 아직까지 낯설다. '내가 무슨 감히' 이런 마음도 든다. 요즘 '전원일기' 재방송을 보면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정말 경이로웠다. 저는 감히…"라고 이야기했다.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로 데뷔한 김미경은 40대 때부터 엄마 역을 맡아왔다. 그렇게 만난 스타 자식들만 70명이 넘는다.
그는 "처음 엄마 역을 해본 게 '햇빛 쏟아지다'에서다. 류승범 씨 엄마를 하라고 하더라. '내가 벌써 20대의 엄마?' 했다. 분장하면 된다고 해서 했는데, 그거 끝나고 엄마만 물밀듯이 들어오더라. 그때부터 엄마가 됐다"고 밝혔다.
'닥터 차정숙'에선 6세 차이인 엄정화의 엄마로 나섰는데, 김미경은 "기가 차더라. 고민을 좀 했다. 감독님을 만나서 말했더니 너무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고 하더라. 그러고 보니 20대 때 80살 넘은 역도 했더라. 그래서 '해봅시다' 하고 했다"며 쿨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간의 작품 이력만 봐도 김미경은 어떤 엄마, 어떤 캐릭터든 상관없이 연기해왔다. "저는 계산도 없고 욕심도 없었다. 내가 만나는 엄마든 뭐든 다 새로운 인물들이지 않나. 일이 들어오면 제가 정한 어떤 기준에 반하지 않으면 다 하는 편"이라면서 "보통 엄마의 서사가 없는 드라마가 많지 않나. 어떤 인물의 엄마일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인물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우러짐 속에서 엄마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얼마든지 오케이다. 그것이 아닌 소모적인 거면 하면서도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 단 하나라도 의미가 있으면 좋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렇게 작품에서 엄마와 자식 관계로 만난 배우 중 여전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김미경은 "끝나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아직도 전화하면 '엄마'하는 친구도 있다. 장나라 씨다. 지금은 엄마하고 딸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 같다"며 "장나라 씨와 나이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날텐데, 차이를 못 느낀다. 장나라는 몸 속에 90살 넘은 노인이 들어있는 거 같다. 생각이 깊고, 같이 사는 얘기를 하는 게 재밌는 친구다. 김태희 씨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본다. 어제도 공연을 같이 봤는데, 이 친구는 정말 톱스타 같지 않은 털털함과 소박함이 너무 예쁜 친구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스스로 '일중독'이라 칭한 김미경. "작년 같은 경우는 내가 제정신인가 할 정도로 너무 바빴다. 4개를 한꺼번에 찍었다. 하나는 제주 올로케였고, 하나는 사극이어서 전국의 사극 세트장을 누볐다. 무슨 정신으로 일했는지 모른다. 근데 저는 거기에 특화되어 있는 몸이다"라면서 한 작품보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하는 이유를 밝혔다.
"연극을 시작했을 때 1인 13역으로 시작했다. 딸이었다 엄마였다 간호사였다 했다. 10초~15초만에 옷을 벗었다 입었다 했다. 1인 다역을 하다보니 그게 몸에 익은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를 해도 다른 연기자 분들은 '하나만 집중을 해야 잘 된다, 몰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하나만 하면 게을러진다. 긴장도가 떨어진다.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하면 적당한 긴장을 이어 가더라. 작년엔 긴장도가 높긴 했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해냈다. 끝냈다' 싶더라"
또 탐났던 작품이나 캐릭터를 묻자 "전 다 탐난다. 보면 '저런 역도 해보고 싶다' 한다. 굉장히 극단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근데 생각을 해보다 보면 제가 나이가 많이 들었더라. 액션도 하고 싶은데, 내가 지금 이 몸으로 액션을 하면 소화할 수 있을까? 서글픔이 있다. 근데 다양한 걸 많이 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멜로는 쥐약이다. 두드러기가 나서 못한다"라고 덧붙여 폭소케 했다.
"시청률엔 관심이 없다. 0%대 나와도 상관없고 40%가 넘었다고 해서 '와!' 하지도 않는다"는 김미경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동기들과 연기를 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 했다. 돈을 벌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거다. 저는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고, 죽기 직전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 정말 행운인 것 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또 열일 하고 싶다. 작년 12월에 촬영을 끝냈기 때문에 아주 잠깐은 숨 좀 돌리고, 그 사이 제가 하고 싶었던 거 못했던 걸 좀 하면서 해소를 하고, 노는 게 지겨워질 때쯤 빨리 일을 해야 할 거 같다"고 워커홀릭다운 배우 김미경의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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