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학생들의 ‘배움 찬가’...“배울수록 용기가 샘솟아요”

박준하 기자 2024. 1.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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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이 넘어서야 초등학교 졸업장을 안았다.

성인문해학교란 초등학교 졸업을 못한 성인 대상으로 한글 교육, 셈하기 등 기초 지식을 알려주는 과정이다.

세종학교는 군 지원으로 최대 3년 과정을 마치면 초등학교 졸업으로 인정된다.

성인문해학교엔 사연 없는 학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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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 세종학교 할머니 졸업생들
성인문해학교 초등 3년 과정 수료
한글 배워 시쓰고 영어 익혀 여행도
올해 졸업을 앞둔 강원 인제 세종학교의 연숙, 함봉선, 김복례씨.

예순이 넘어서야 초등학교 졸업장을 안았다. 성인문해학교인 강원 인제 세종학교에서 전해온 특별한 소식이다. 이곳은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성인문해학교란 초등학교 졸업을 못한 성인 대상으로 한글 교육, 셈하기 등 기초 지식을 알려주는 과정이다. 세종학교는 군 지원으로 최대 3년 과정을 마치면 초등학교 졸업으로 인정된다. 코로나19로 졸업을 미루다가 드디어 올 3월 졸업을 앞둔 연숙(62)·함봉선(78)·김복례(80)씨와 선생님 김덕화씨(54)를 만나봤다.

함씨가 쓴 시 ‘배움은 신기하다’ 원문.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식모살이하다가 국민학교를 못 갔어요.”(연숙) “6학년까지 다니다가 이사했는데 학교가 멀어 집에서 동생 보느라 못 다녔어요.”(김복례) “국민학교 4학년 때까지 겨우 다녔는데 학교에 월사금을 낼 돈이 없었어요. 그렇게 꿈을 접었죠.”(함봉선)

성인문해학교엔 사연 없는 학생이 없다. 저마다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고, 얼굴과 손에 깊은 주름이 생긴 후에야 다시금 학교에 다니게 됐다. 대부분 성인문해학교는 무료로 진행된다. 학비가 무료라도 일주일에 두세번씩 나와 수업을 듣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이곳도 여느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국어·영어·수학뿐만 아니라 미술·음악 등 다양한 수업이 이뤄진다.

60갑자를 다 지냈는데도 배울 때만큼은 초등학생처럼 천진하다. 잘하는 과목을 말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져 자랑하다가, 못하는 과목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가 기어들듯 작아진다. 이들의 가장 큰 기쁨은 수십년 만에 ‘내 책상’ ‘내 필통’ ‘내 가방’이 생긴 것이다. 선생님 김씨는 “수업 듣는 분들이 어르신이지만 단원평가나 학기말고사를 볼 때는 여느 학생처럼 긴장한다”며 “코로나19 때는 세종학교 선생님들이 나서서 가정방문으로 교육하며 수업을 이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늦깎이 학생들의 열정은 겨울철 동장군도 물러가게 한다. 연숙씨는 곧 해외여행을 간다고 모르는 영어단어를 적어와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직접 써먹을 예정이란다. 김복례씨는 여든살 나이에도 버스를 타고 수업을 들으러 온다. 김씨는 귀가 어둡지만 수업에 꼬박꼬박 참여하며 공부했다. 함봉선씨는 이곳에서 배운 한글로 시를 써 군 대회에서 수상도 했다. 함씨는 ‘배움은 신기하다’는 제목의 시에서 “배우면 배울수록 용기가 샘솟는 공부 (중략) 옆집 강아지가 나를 따라온다/멍멍이야 너도 기쁘니 내가 학교 가는 것이”라고 썼다.

누구나 하는 졸업이지만 세종학교 학생들은 소회가 남다르다. 졸업 소감을 말하며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질 생각에 김복례씨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김씨는 “졸업장을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연씨는 “살면서 무시당하는 일이 많아 남몰래 가슴 아플 때가 있었는데 나를 위해서 공부한 게 기쁘다”고 했다.

선생님 김씨는 “시골이라 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이 많지 않다”며 “앞으로는 생활 에티켓이나 디지털 교육, 영어 간판 읽기 등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교육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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