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 주고 세끼 식사까지 무료…10년간 작가 102명 머물러
4~6주간 명동 프린스호텔서
작업공간·숙식 등 전폭 지원
김초엽·장강명·김호연 등 혜택
소설계 베스트셀러 산실 역할
신진 작가들에게 3성급 호텔의 숙식과 집필 공간을 제공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소설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호텔 프린스 소설가의 방(문학창작집필실)’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서울 명동에 소재한 서울프린스호텔의 후원으로 2014년부터 매년 5~14명의 신진 작가가 소설가의 방에 입주해 작품을 썼다. 이달 입주한 작가 3명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이곳을 거쳐간 작가 수는 102명에 달한다. 그동안 소설가들의 든든한 동반자로 다양한 문학 작품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소설가의 방 입주 작가에게는 4~6주간 17㎡(5평) 안팎의 객실과 세 끼 식사와 음료가 제공된다. 호텔 내 카페, 프라이빗룸, 로비, 라운지 등에서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 이를 위해 호텔 측은 지난 10년 간 누적 약 2억2000만원 상당의 현물을 기부했다.
소설가의 방은 소설가 윤고은 작가가 한 격주간지에 기고했던 짧은 칼럼에서 시작됐다. 신춘문예를 준비하기 위해 같이 스터디하던 사람들과 선배들의 합숙 훈련법을 모방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호텔에 묵었던 12월 어느 날의 추억에 관한 글이었다. 여기에 등장한 호텔이 바로 서울프린스호텔이다. 우연히 치과에서 이를 읽은 프린스호텔 직원이 사내에 알렸고, 이후 호텔 측과 윤 작가가 연락이 닿으면서 일사천리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초창기 잠깐은 호텔 측에서 작가들 알음알음으로 입주 작가를 모집했지만, 이후 문예위가 지원사업을 맡아 공모 형태로 운영해 왔다.
서울프린스호텔은 관광업계 전반이 경영난을 겪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호텔이 문을 여는 한 소설가의 방 운영을 멈추지 않았다. 2021년에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소설가의 방 전용 객실(606호)를 만들고, 입주 작가들의 소설책 표지를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었다. 정은우 작가(2022년 입주)는 “혼자 있는 공간이지만 ‘다른 소설가들이 다녀갔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장 위안이 됐던 공간”이라고 말했다. 채기성 작가(2022년 입주)도 “다른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또 다른 발자취가 되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서련 작가(2019년 입주)는 “놀라울 만큼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원래 없던 300매 원고가 생겼다”며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존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가의 방에서 단편소설 ‘몰려오는 것들’과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집필한 정선임 작가(2022년 입주)는 “오래 전부터 꿈꾸던 장소였고 꿈을 이룬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소설가의 방 입주 작가는 상·하반기 각각 6명씩 선발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선발 기준의 문턱을 더 낮췄다. 그동안은 ‘등단 후 10년 이내’가 기본 조건이었지만 아직 등단하지 못한 작가들도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첫 작품 발표 후 5년 이내’로 완화했다. 남보람 서울호텔프린스 대표는 “소설가의 방에 오시는 작가님들께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나갈 계획”이라며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작품 홍보나 호텔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등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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