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더 뽑았다가 감방 갈라" 중대재해처벌법 불안 퍼진 소상공인들[르포]
"주의해도 사고 불가피…죽으라는 법"
문래·을지로 종사자 대부분 노년층 열악
불황에 직원 수 줄어…예외 위해 더 줄일 듯
건설업계도 노심초사…"옳은 법" 목소리도
[파이낸셜뉴스] "배우신 분들이 무슨 생각으로 하신건지, 이러면 저희는 감방 갈까봐 직원 안뽑고 말죠."
지난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 '안전제일' 표지판이 붙어 있는 한 철공소에서 철제 제품을 깎는 요란한 파열음이 울렸다. 30년 경력의 60대 A씨의 철공소는 직원이 5명 미만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까봐 사람을 더뽑을 생각은 접었다고 한다. 그는 "사고는 아무리 주의해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데, 굳이 사람 늘려 범죄자가 되기는 싫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문래동에서 10여명 규모 업체를 운영하는 70대 이모씨는 "근로자 생명을 소중히 하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장은 준비가 안돼 시기가 이르다"며 "아무리 악덕 사장이라도 누가 직원이 다치거나 죽기를 바라겠나. 사고 나는 순간 문 닫아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70대 박모씨의 회사도 직원 5명이 넘는데, 대부분 노인들이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 70이 넘어 내일 모레면 관둘 사람들인데 현장도 모르고 탁상공론을 해서 지키라고 하면 지켜지겠냐"며 "작은 업장에서 안전관리자를 두며 지키기엔 현실에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소상공인들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이 남의 이야기라고 했다. 과거 직원을 몇명씩 두고 일했지만 일감이 줄면서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자로 쪼그라들었다. 직원을 채용해 일하는 곳은 많지 않아 안전관리 업무를 따로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50년째 을지로에서 기계제조업에 종사해온 김모씨(67)는 "손이 안들어가도록 제작된 절단기도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안전장치를 설치하면 모든 게 불편해지는 프레스는 더 위험하다"며 "공작기계가 다 그렇다. 안전만 생각하면 작업성이 떨어지는데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일감이 없어 먹고 살기도 힘들다. 환경이 열악한 이유는 안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여력이 안돼서다"라며 "직원을 다 내보내고 한명만 남았는데 모든 안전한 환경을 갖추라니 말이 안되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중소 건설업체들도 중대재해법 적용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대사고가 많은 건설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서다.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현장 중 66%인 226명이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경기도 수원의 직원 30여명 규모 건설업체 직원 A씨는 "소규모 사업장은 아무래도 안전인력을 제대로 갖추기 어렵지만 노무사를 통해 교육업체를 선정하는 등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비를 하고 있다"며 "법 적용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에서 실내건축업체를 운영하는 장모씨(56)는 "조달청 사업을 주로 하는데 위험한 일이 거의 없어 굳이 돈을 들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제조업이나 대기업에서 잘못해서 생겨난 법을 모든 업종에 적용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고 안날거라고 생각해서 준비를 안하지만 그렇다고 사고가 안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60대 자영업자 정모씨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 중대재해처벌법은 꼭 필요하다 본다"면서도 "다만 사고가 많은 업종들에만 적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는 장모씨(55)는 "영세한 업체라도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은 사람 때문이어서 옳은 법이라고 본다"며 "교육도 받고 검증받은 장비를 쓰고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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