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전위예술" 윤여정, 아카데미가 회고전 열어주는 韓 배우 ('십오야')[종합]
[OSEN=연휘선 기자] "내 인생이 전위예술이야". 배우 윤여정이 '채널 십오야'에서 국격을 높인 연기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윤여정은 지난 26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 웹콘텐츠 '나영석의 나불나불'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 등 과거 tvN '꽃보다 누나', '윤식당' 시리즈, '윤스테이', '뜩밖의 여정' 등의 예능을 함께 한 제작진과 만나 근황을 비롯해 새 영화 '도그 데이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영석이 '채널 십오야' 제작진과 최근 배우 신구, 박근형이 출연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감상했다고 밝힌 바. 윤여정은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 초연을 올린 극단 산울림 창단 멤버였다고 밝히며 "연극인 임영웅 선생님을 내가 존경했다. 나도 연극을 했다. '헨리 8세와 그의 여인들'을 1971년에 했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당시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에도 도전했던 터. 이에 그는 "그 때 (마음이) 막 뛸 때인가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왕성했던 데뷔 초에 대해 회상했다.
정작 최근 윤여정은 누구보다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그는 "지금은 뮤지엄TV만 본다. 얼마나 지성인이냐. 밀레 '만종' 같은 그림을 보면 하도 봐서 내가 그린 것 같다"라고 말해 주위를 폭소하게 만들었다. "속세하고 떠나있다"라던 윤여정은 "LA 갔을 때 류승완 감독을 만났는데 계속 '영화 뭐 보셨어요'하고 물어보더라. 아무것도 안 봤다고 했더니 '그럼 거울 보세요?'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그런 윤여정에게도 첫 영화의 기억은 소중했다. 그는 "가수 윤형주가 처음 DJ 할 때였다. 떨리다고 나보고 나와서 자기 손 좀 잡아달라고 하더라.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래서 게스트로 나갔다. 생방송이 끝나고 밤 12시가 딱 되니까 '화녀' 포스터가 올라갔다"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그는 "김기영 감독이 정말 천재혔다. 그 때 내 포스터를 보고 미국 화가도 놀라더라. '이게 1971년 포스터가 맞냐'고. 그 감독이 내 사진을 수작업으로 오려서 만든 거였다. 지금 봐도 포스트 모던 느낌이 난다"라고 극찬했다.
'화녀'는 영화 데뷔작이자, 동시에 윤여정에게 첫 청룡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윤여정은 "처음 찍은 영화였는데 내가 영화배우협회에 등록도 안 돼 있었다. 나중에 청룡에서 와서 상 도로 가져가야한다고 전화 했다고 하더라. 어머니가 전화를 받고 '엿도 못 바꿔 먹으니까 가져가세요'라고 했다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내가 영화 '천일의 앤'을 보고 있을 때였는데 극장에서 보고 나왔더니 당시 기자였던 알던 아저씨가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그리고 상타야 하니까 빨리 옷 갈아입고 가라고 해서 가장 가까운 언니네 집에 가서 옷을 빌려 입고 갔다. 그리고 갔는데 신인상이 아니었다. 엄앵란, 문희, 윤정희 다 보고 있는데 요행을 바라게 되더라. 조연상을 바랐다. 그런데 그 때도 안 불렀다. 그런데 여우주연상이 나였다. 노미네이트도 없었다. KBS가 중계하는데 나는 MBC 배우였을 거다. 수상소감은 잘렸고 첫 마디가 '엄마 나 상 탔어!'였는데 그거만 나갔다"라고 밝혔다.
그랬던 윤여정이 오는 5월 미국 LA에서 회고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 미국 아카데미 협회에서 윤여정을 위해 준비해준 것이었다. 이우정 작가는 "국격이 올라간 거다"라며 감탄했고, 윤여정은 "스티븐 연 나오는 거 봐라. 에미상 탈 거라고 하더라"라며 촬영 당시 에미상 발표 전이었던 상황에 수상을 예측하며 기뻐했다.
윤여정은 더불어 "'성난 사람들(Beef)' 이성진 감독이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얘기만 써야 했는데 이제는 자기가 어떤 이야기를 써도 된다고 좋다고 한 이야기를 본 것 같다"라며 "저번에 미국에 갔을 때 파티에서 제인 폰다를 만났다. 86세라고 했다. 나보다 10년 위인 거다. 그런데 여전히 자세가 똑바르고 힐 신고 있었다"라며 감탄했다.
나아가 그는 "나는 이제 살면서 변명할 것도 후회할 것도 없다. 난 그렇게 아양도 안 떨고 살았다"라며 "이 정도 외길 살았으면 된 거 아닌가 싶다. 하고 싶은 게 워낙 없었다. 목표가 크지 않았다. 하나하나 넘어갔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에 나영석 PD가 "선생님이 유일하게 욕심있는 거, 옷"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여정은 멋쩍은 듯 웃으며 국내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C사 제품이 도입되기도 전인 1990년대에 해당 브랜드 옷을 본격적으로 입기 시작한 점을 밝혔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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