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60% “희망없고 우울”

김지환 기자 2024. 1. 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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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의 한 노동자가 지난해 7월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동료 직원이 저를 폭행했는데 대표가 저에게 ‘알아서 해결하라’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고 잠을 못 이뤄서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약을 처방받고 있다.” (직장인 A씨)

“우울증약은 먹고 있는데, 특정 인물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공황장애약도 먹어야 할지 걱정이다.” (직장인 B씨)

비정규직이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주간 정신 상태(우울)를 점검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설문은 우울증 선별검사(PHQ-9)를 기반으로 했으며 9개 문항 응답 합산점수 20∼27점은 심한 우울증 의심, 10∼19점은 중간 정도의 우울증 의심, 5∼9점은 가벼운 우울 증상, 0∼4점은 우울 증상이 없는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설문 결과 직장인들의 평균 점수는 5.62점으로 전반적으로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에 따라 점수에 차이가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지 않은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는 4.64점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들의 우울 척도 평균 점수는 8.23점이었다. 직장인 10명 중 2명(20%)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자해할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등도 응답에 영향을 미쳤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는 답은 정규직이 45.5%, 비정규직이 59.3%였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61.2%,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44.3%였다.

임금수준·연령이 낮고, 근속연수가 짧을수록 전반적으로 우울 경험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자해할 생각을 했다’는 응답은 20대가 31.3%로 가장 높았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우울 척도가 더 높은 만큼 사각지대를 없애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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