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60% “희망없고 우울”
“동료 직원이 저를 폭행했는데 대표가 저에게 ‘알아서 해결하라’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고 잠을 못 이뤄서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약을 처방받고 있다.” (직장인 A씨)
“우울증약은 먹고 있는데, 특정 인물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공황장애약도 먹어야 할지 걱정이다.” (직장인 B씨)
비정규직이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주간 정신 상태(우울)를 점검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설문은 우울증 선별검사(PHQ-9)를 기반으로 했으며 9개 문항 응답 합산점수 20∼27점은 심한 우울증 의심, 10∼19점은 중간 정도의 우울증 의심, 5∼9점은 가벼운 우울 증상, 0∼4점은 우울 증상이 없는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설문 결과 직장인들의 평균 점수는 5.62점으로 전반적으로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에 따라 점수에 차이가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지 않은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는 4.64점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들의 우울 척도 평균 점수는 8.23점이었다. 직장인 10명 중 2명(20%)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자해할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등도 응답에 영향을 미쳤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는 답은 정규직이 45.5%, 비정규직이 59.3%였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61.2%,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44.3%였다.
임금수준·연령이 낮고, 근속연수가 짧을수록 전반적으로 우울 경험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자해할 생각을 했다’는 응답은 20대가 31.3%로 가장 높았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우울 척도가 더 높은 만큼 사각지대를 없애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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