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로 내면을 꺼낸 문상훈 “스스로를 너그럽게 봐주고 싶어서…”
구독자가 137만명에 이르는 유명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간판 연기자 문상훈씨(33)에게 최근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직함이 하나 더 붙었다. 그가 낸 에세이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절찬리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하이퍼리얼리즘 콩트와 코미디’를 만든다는 빠더너스에서 문씨는 한국지리 일타강사, 방송 기자, 관심병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했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릭스 시리즈 <D.P.>에도 출연했다.
남부럽지 않은 인지도를 쌓은 문씨가 쓴 첫 책은 성공담도, 유머집도 아닌 자기 내면을 돌아본 에세이였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빠더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문씨는 “저의 어두운 면들을 두루뭉술하게 말고, 자세하게 드러내고픈 욕구가 생겼다”며 “6~7년 전에 ‘내가 한 달 내내 이런 고민을 했다’고 유튜브에 브이로그 영상을 올려도 사흘 뒤면 다시 까부는 영상을 업로드해야 했다. 내가 띄운 종이배를 하루 뒤 찾을 수 없듯 휘발되는 영상 대신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문씨의 책은 ‘죽음을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보여 삶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등 어두운 표현을 담았다. 소소한 일상의 경험도 거의 쓰지 않고 내면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문씨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나를 속일 때가 있더라. 누군가를 향해 나는 짜증이 상대방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나의 열등감이나 부끄러움이 들춰졌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며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난 뒤 내가 더 힘들고 후회될 때가 많았다. 내 감정을 ‘짜증 난다’는 단순한 표현으로 눙치지 않고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격자라면 불안이든 짜증이든, 그런 감정을 품지 않겠지만 그것은 너무 요원한 일”이라며 “내가 한 말도 믿어주고, ‘그런 감정도 들 수 있지’라고 스스로를 너그럽게 봐주고, 깎아내리거나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일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의 이면을 상상하는 습관으로 이어졌고, 이는 문씨 특유의 캐릭터 연기의 기반이 됐다. 그는 “의식적으로 관찰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무의식적인 생각이 행동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상황을 심층적으로, 다각도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 속 개그 연기로 문씨를 접한 사람들에게 자기 성찰이 주를 이루는 그의 책 내용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문씨는 “같이 일하는 PD들도 책을 읽고는 ‘이렇게 여리고,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며 ‘촬영 중에 오가는 짓궂은 농담에 상처받지 않았느냐’고 물어 오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아팠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던 게 속상해서 의사가 됐다’는 것처럼, 크면서 느끼는 아쉬움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사람의 직업이 바뀌는 것 같다”며 “나는 사람에 대한 애착이 있고 외로움을 많이 타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을 웃기는 일을 잘한다는 걸 알게 됐고, 특기로 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감사하지만 ‘이 책이 그럴만한 책인가’라는 평가를 스스로 하게 됐다”며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 보인 게 “부끄러운 것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영상 속 다양한 모습을 보다 보니 ‘진짜 문상훈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것 같았고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그에 대한 답변으로 책을 썼다. 사실이 아닌 내용이 알려지는 것보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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