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강은···” 이숭용 감독이 고참 회식서 전한 메시지 하나[안승호의 PM 6:29]
시즌 전망이 명문구단 선수들 자극
‘편한’ 팀에서 ‘피곤한’ 팀으로 변신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25일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 선발대로 출국하기 전 스포츠경향 야구 전문 채널 ‘최강볼펜’과 근 40분에 걸쳐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 감독은 사령탑 선임 이후 최고참 추신수에게 먼저 전화한 얘기를 시작으로 이른바 베테랑 그룹과 회식을 하며 생각과 마음을 나눈 과정도 소개했다.
인터뷰 내용을 배경으로 재구성한 회식 하이라이트 하나.
이숭용 감독 : 이번 시즌, 밖에서 우리를 어느 정도로 볼 것 같아?
선수들 : 아마도….(서로 표정을 읽어가며)
이숭용 감독 : 내가 보기에는 5강 아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아는 SSG는 명문구단이야. 너희들이 명문구단을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를 힘이 있다고 믿어. 프라이드를 갖고 해보자.
감독 입장에서 예상 순위가 낮다는 건 부담이 줄어드는 일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 장면을 소개하며 감독의 시각보다는 선수들이 가져갈 마음가짐에 주목했다. “시즌 전 전력 평가가 그렇다면, 선수들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시즌 SSG 전력 평가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 것은 인터뷰 중 나온 질문 때문이었다. 이맘때 즈음이면 각 구단은 팀별 구성원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합계치 등을 활용해 10개 구단의 줄을 세운다. SSG 또한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1차로 관련 작업을 했는데 그에 따르면 5강 진입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와 KIA가 앞서 있는 가운데 KT와 NC가 뒤를 잇는 구도. 여기에 두산과 SSG가 뒤를 따르는데 단순 수치로 보자면 SSG는 전체 6번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향후 예상 순위를 움직일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베일에 싸인 각팀 새 외국인선수들의 경기력이 점차 확인될 즈음이면 10개 구단 전력 서열은 재구성될 수 있다.
이 감독의 목표점은 당연히 외부 시각보다 높은 곳에 있다. 고참들과 대화에서도, 의지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다음은 원하는 곳까지 가는 로드맵을 찾을 차례. 이 감독은 그중 하나로 ‘득점 루트’의 다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SSG는 2010년대 중반 이후로 ‘홈런의 팀’으로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지난해에도 팀홈런 125개로 전체 1위였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 리그 전체 홈런수가 32% 급감하면서 각 구단 득점 방식에서 홈런 의존도가 줄어드는 중이다. SSG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 감독은 “사실, SSG를 만나면 ‘쉽고 편하다’는 얘기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SSG 역시 예전만큼 장타력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며 “팀 컬러를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여러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는 전력을 만드는 게 지금 내 역할이다”고 말했다.
주요 코칭스태프와 대화 주제 또한 그곳에 있다. 예컨대 SSG는 선수 구성상 새 시즌 베이스 확대 같은 규칙 변화에는 수혜를 받기 어렵다. ‘뛰는 야구’에 취약한 가운데 주력 야수진을 꾸리면서는 ‘그린라이트’ 확보 작업에도 들어가 있다.
2월이 지나면 시즌 예상이 줄을 잇는다. SSG의 내부 평가대로, 또 이 감독의 말대로 SSG를 확실한 5강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 감독이 SSG 선수들을 그보다 훨씬 높은 곳에 두고 신뢰하는 것은 감독 선임 뒤 다시 본 선수단 문화 때문인 듯 들렸다.
이 감독은 스스로 “밖에서 SSG 선수들을 잘못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열정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 반대다. 열정적이다. 또 팀케미스트리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힘 싸움에서 SSG 선수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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