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석녀’ 1960년대 한국 고전 멜로가 돌아온다

최민지 기자 2024. 1. 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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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엄앵란 커플 탄생 계기된 ‘배신’ 등
당대 사회상 반영 영화…6월 일반에 공개
배우 엄앵란(왼쪽)과 신성일이 출연한 정진우 감독의 1964년도 영화 <배신>의 한 장면.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배신>, <목메어 불러봐도> 등 1960년대를 주름잡은 고전 멜로영화 5편이 발굴·복원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그간 유실됐거나 훼손돼 볼 수 없었던 한국 영화를 발굴·복원해 오는 6월 일반에 공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영화는 <어머니의 힘>(안현철·1960)과 <서울로 가는 길>(이병일·1962), <배신>(정진우·1964), <목메어 불러봐도>(김기·1968), <석녀>(김수용·1969) 등 5편이다. 모두 한국영화 첫 번째 르네상스’라 불리는 1960년대 작품이다. 이 시기는 매년 100편 이상의 영화가 만들어지며 한국영화의 양적·질적 성장이 비약적으로 이뤄졌다.

<어머니의 힘>은 아이가 그리워도 찾아가지 못하는 어머니의 애끓는 정서를 통해 이산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배신>은 당시 신예였던 정진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사랑과 비극성과 낭만화라는 ‘정진우식 멜로드라마’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당시 스타였던 배우 신성일·엄앵란이 실제 커플로 발전한 계기가 된 작품으로 알려졌다. ‘멜로드라마 거장’ 김기 감독의 <목메어 불러봐도>는 이상향에 대한 염원과 이상향의 실현을 가로막는 세상의 힘에 대한 자각이라는 비극성을 드러낸다.

<석녀>는 최근 별세한 거장 김수용 감독 작품이다. 정연희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남편에게 희생하지 않고 가정을 떠나는 여성의 선택을 그리며 대중매체 속 여성상의 변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로 가는 길>은 한국 전쟁이 배경인 반공물이다. 전쟁 포로와 탈출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영상자료원 측은 “1960년대 가장 많이 제작됐던 멜로드라마 장르 중 시대적 흐름과 조우하며 당대의 변화 양상을 뚜렷하게 반영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며 “196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기의 서사적·장르적 도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화 작업을 마친 이 작품들은 오는 6월 서울 마포구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리는 ‘발굴복원전’을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5편은 영상자료원이 발굴·복원 작업한 한국 영화 35편 중 일부다. 영상자료원은 2022년 KBS가 보관 중이던 16㎜ 극영화 필름 88편을 이관받아 작업해왔다. 영상자료원은 2027년까지 88편을 모두 디지털화해 일반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임권택 감독의 <전장과 여교사>(1965)·<비나리는 선창가>(1970), 장일호 감독의 <원효대사>(1962) 등이 포함돼 있다.

영상자료원은 올해로 개원 50주년을 맞아 5대 사업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1962년 이전 만들어진 극영화 중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8편(<하녀>(1960), <오발탄>(1961) 등)을 국가 등록문화재로 추가 등재하고, 전문가 240인이 참가한 ‘한국영화 100선’을 선정 및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고전영화 디지털 복원작의 해외 특별전을 추진하고 디지털 영상 아카이빙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4분기에는 ‘시네마테크 운동 콜렉션’을 공개한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전개된 이 운동은 안정적인 공간에서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한 관객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한국영화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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