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위원회도 고 이선균 보도 질책…KBS 측 답변은
"'알 권리' 명분 설득력 없어, 유튜브 확산 책임" 지적…KBS 방송주간 "마약 확산 분위기 속 연예인 영향력, 언론 감시 받을 만큼 커져"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문화예술인들이 고 이선균 배우의 사생활 녹음 파일을 공개한 KBS 보도를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도 관련 보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26일 공개된 KBS 시청자위원회 1월 회의록(18일 진행)에 따르면 김소형 부위원장(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은 “고 이선균씨에 대한 범죄자 낙인찍기에 대해서 공영미디어 KBS가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이러한 사회적 지적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지난 11월24일 '뉴스9'에서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 A씨 전화통화 내용을 단독보도로 내보낸 사안”이라며 관련 질의를 했다.
김소형 부위원장은 해당 보도에 대해 “혐의를 입증할만한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경찰 외부로 유출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피의자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추측성 보도를 한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혐의 사실과 전혀 무관한 개인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는 것”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매우 내밀한 사적인 대화가 그대로 공영방송 KBS를 통해서 전파를 타고 보도되었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언론 책임과 역할이 요구되는 '공인'은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권한을 공동체로부터 위임받거나 또는 스스로 그 힘을 갖게된 이들로 대표적으로는 정치인 그리고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이라며 “연예인은 어떠한 권한도 위임받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훼손 관련 소송에서도 공직자보다 법의 두터운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1월24일 '뉴스9'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명분이 매우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 달여 동안 KBS의 보도 내용은 보도 취지와 달리 2차 가공돼 SNS 등에 무분별하게 공유되었고 이것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확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KBS는 과연 책임이 없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되물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김성진 KBS 방송주간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명을 달리하신 고 이선균씨와 가족분들에게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뒤 “언론감시 대상 공인의 기준은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할 수는 없다. 연예인 사회적 위상 또한 시대 속에서 굉장히 변화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같은 마약 확산 분위기 속에서 마약 관련해 연예인의 영향력은 언론의 감시를 받을 만큼 막대하게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주간은 “(보도 당시) 실장 A씨의 진술 신빙성이 주목받는 상황이었다”면서 “취재제작 과정 전반에서 사건 당사자, 경찰, 관계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성실하게 취재했고 이를 균형 있게 비교 형량해서 세 꼭지로 다뤘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사의 난맥상 또한 지적했고, 이선균 씨 측의 반론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했다.
또한 “저희 회사 실명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보도를 했던 MBC가 '실화탐사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도 한 번 비교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KBS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서도 “시청자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보도 당사자가 부당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김형일 극동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고인 관련 KBS 보도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에선 KBS를 향한 기사 삭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봉준호 감독, 윤종신 가수, 김의성 배우 등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참여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이 같은 요구가 본격화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지난 15일에도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KBS, 경찰청, 국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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