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할아버지에서 60대 BTS로, 인생 2막 연 비결은?

CBS 오뜨밀 2024. 1. 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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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결성 시니어모델 그룹 '아저씨즈'
평균 65세, 대기업 출신부터 용접공까지
"호기심에 시작, 런웨이 '짜릿함'에 반해"
부정적이던 자녀들, 이젠 든든한 후원자
모델 넘어 배우, 댄스까지 계속되는 도전
"즐길 수 있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시니어 모델 '아저씨즈' 박성만, 김재우

◇ 채선아> 틱톡 누적 조회수 무려 1억 뷰. 이름 없는 할아버지에서 60대 BTS로 변신한 시니어 모델 보이 그룹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모셨는데요. '아저씨즈'의 박성만 님, 김재우 님,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박성만> 안녕하세요. 저는 아저씨즈 그룹에서 비주얼을 맡고 있는 박성만입니다.

◆ 김재우> 안녕하세요. 저는 아저씨즈의 막내, 용접공 김재우입니다.

◇ 채선아> 네 반갑습니다. 두 분 다 60대답지 않다는 말 들으시죠?

◆ 박성만> 재우 씨는 60이 아직 안 됐고 저는 60 중반입니다.

◇ 채선아> 패션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간략하게 그룹 소개부터 듣고 갈게요.


◆ 박성만> 더 뉴그레이의 '아저씨즈'라는 그룹인데요. 2019년도에 권정현 대표와 15명이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는 외국엔 노년 인플루언서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왜 없을까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가 15명이 의기투합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부 다 생면부지 사이였는데 같은 뜻을 이루고 있다 보니까 서로의 공통점들이 많더라고요.

◆ 김재우> 평균 나이가 65세고요. 봉제 인형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도 있고 보험회사 직원도 있고 대기업 출신도 있고요. 저는 용접을 하면서 모델을 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활동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모이게 됐는지도 궁금하거든요.

◆ 박성만> 처음에는 패션으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친구들하고 소통하고 그들하고 공감을 같이 느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가지게 됐죠. 저희들이 그 세월을 겪어왔잖아요. 우리가 가진 경험들을 젊은 친구들하고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 채선아> 이 일을 하시기 전에는 성만 님 같은 경우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 박성만> 저는 국내 H그룹에서 31년 근무하고 2019년 말에 정년퇴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 채선아> 그러면 이 일을 시작하실 때 나는 시니어 모델이 되어야겠다고 처음부터 생각을 하신 거예요?

◆ 박성만> 정년을 1년 앞두고 나서 시니어 모델을 준비하기 위해서 막연하게 여러 군데 알아보고 아카데미도 다니면서 시작이 된 거고요.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거죠.

◇ 채선아> 아내 분한테도 허락을 받으셨나요?

◆ 박성만> 처음에는 허락을 안 받았어요. 처음에는 얘기를 안 하고 우선은 몰래. 일을 저질러 놓고 어느 계기가 돼서 그때 집사람한테 얘기했죠. 첫 패션쇼가 있을 때인데 그때 와서 구경 좀 하라고 그랬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아내가 와서 보고 이 사람이 여태껏 많이 참아왔었구나, 그런 걸 많이 알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후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 채선아> 재우 님은 시니어 모델 일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 김재우> 2019년 10월이죠. 제가 대구에 있는데요. 대구 FC 축구 구단을 후원하는 대구 FC 엔젤클럽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사무총장님께서 패션쇼 오디션에 한번 응시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나도 한번 해볼까' 해서 했는데 오디션에 합격해서 이 길로 나서게 됐습니다.

◇ 채선아> 그러면 본업인 용접공 일도 하면서 2개 번갈아가면서 하시는 건가요?


◆ 김재우> 지금 5년째 병행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완전히 새로운 일이잖아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셨을 때 적성에는 좀 맞으셨나요?

◆ 김재우> 아니요.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죠. 그런데 처음 런웨이를 하는 순간 끝날 때쯤 가슴에 짜릿한 뭔가가 올라오더라고요. 이런 느낌 때문에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느낌이네요. 두 분이 용감하게 도전을 해서 SNS, 특히 1020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틱톡에 영상을 많이 올리시잖아요. 예전에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영상을 올려서 화제가 됐는데 어떻게 찍게 되신 건가요?

◆ 박성만> 저희가 그때그때 유행하는 걸 하게 되는데요. 의도적으로 한 건 아니고 영상 올리기 이틀 전에 "요즘 이거 역주행인데 한번 해보자" 해서 의기투합으로 만들었어요. 촬영 20분 전에 연습하고 바로 한 거예요.


◇ 채선아> 이 영상만 800만 뷰고요. 댓글에도 재밌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어요. "즐기는 모습이 보기에 좋아요.", "늙어가는 게 아니라 멋지게 익어가고 있네요." 이렇게 칭찬이 자자한 댓글들 보시면 마음이 어떠세요?

◆ 김재우> 기분이 좋고 행복하죠.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시는데요. 보통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은 댓글이나 좋아요에 소홀한데 저는 한국 사람이나 외국 사람, 차별 없이 해주고 있습니다. (웃음)

◆ 박성만> 기분 좋은 것도 있지만 책임감 같은 게 더 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지금 60대 중반이지만 남들하고 소통하는 것들을 좀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저의 가장 큰 목적은 젊은 친구들하고 소통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의미를 같이 나누고 싶어요.

◇ 채선아> 네. 그 소통에서 한 몫 한 게 문재인 전 대통령을 닮은 얼굴이더라고요.


◆ 박성만> 저 같은 경우는 우리가 춤을 춰서 올리면 저 중에 문재인 찾기로 누구 찾아야 되는지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요. (웃음)

◇ 채선아> 본인이 생각하셨을 때 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 박성만> 요즘 수염을 길러서 언뜻 보면 좀 닮은 것 같아요.

◇ 채선아> 그만큼 다들 관심이 많고 닮은꼴을 찾아낼 만큼 인기가 많으신 건데요. 세대가 다르지만 어쨌든 젊은 친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자녀분들과도 소통을 잘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 박성만> 어려운 질문인데요. 젊은 친구들하고는 소통을 자주 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그들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데 내 자식하고는 쉽지가 않아요.

◇ 채선아> 자녀분들이 뭐라고 하시는데요?

◆ 박성만> 처음에는 시니어 모델 시작할 때 반대는 아니지만 적극적이지 않고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편히 쉬지 뭐 하러 이렇게 또 나와서 하냐" 그래서 반대 아닌 반대를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해요. 제가 집 아이들한테 구박도 많이 받아요. 영상 편집할 때 또 애들한테 물어봐야 돼요. 여태껏 4년 동안 공부했으면서도 왜 또 그런 걸 물어보냐, 이런 식으로 가끔씩은 아이들이 투정하는데 저는 사랑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것도 소통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어요.

◇ 채선아> 자녀들이 혹시 아들이신가요?

◆ 박성만> 저는 아들만 둘입니다.

◇ 채선아> 그럼 아빠 옷을 물려받고 싶다든지 아빠의 스타일링을 따라하고 싶어 하시는 편은 아닌가요?

◆ 박성만> 저하고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저는 클래식룩을 추구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힙합 쪽을 많이 추구하더라고요. 직장인인데도 그래서 그 아이가 입은 거는 전부 다 옷이 커요. 힙합 스타일이에요. 제가 소화하기 힘들어요.

◇ 채선아> 서로 취향이 안 맞네요.

◆ 박성만> 아마 취향이 맞춰질 겁니다. 언젠가. 그 친구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클래식 쪽을 많이 선호하게 될 거예요.

◇ 채선아> 그리고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그럼 재우 님의 얘기도 들어볼까요? 자녀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재우> 대구는 보수적이다 보니까 수직적 관계였는데 제가 모델 활동을 하면서부터 친구 같은 수평적 관계로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델 활동에) 많이 부정적이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서 코디도 해주고 핫 플레이스에 가서 사진도 찍고 대구에서는 제 매니저 같은 역할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 채선아> 자녀들이 혹시 딸들이신가요?

◆ 김재우> 네. 딸 둘입니다. (웃음)


◇ 채선아>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실 정도로 패션에 진심이신 두 분을 모신 건데 어떻게 하면 '아저씨즈'처럼 옷을 입을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것만 알고 가라, 팁을 전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박성만> 우선은 옷을 많이 입어봐야 해요. 이것저것 입어봐야 자기 스타일에 맞는 걸 찾을 수가 있거든요. 여태껏 우리 세대들은 집사람이 골라주는 걸 입었는데 본인들이 직접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입어보고 자기한테 맞는 컬러를 찾아보는 노력들이 있어야 자기의 룩을 완성해 나갈 수가 있죠.

◆ 김재우> 저 같은 경우는 모델을 하면서 패션에 눈을 뜨게 됐거든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데 사실 옷은 매장이나 쇼핑몰에 가서 있는 그대로 따라하면 되거든요.

◇ 채선아> 마네킹에 입힌 그대로?

◆ 김재우> 네. 그런데 저는 패션의 완성은 헤어 스타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개성이나 품격, 댄디함을 나타내는 패션의 마지막 1%는 헤어스타일이다. 저는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정리하면, 다양하게 입어보고 자신한테 맞는 컬러를 찾은 다음에 헤어로 마무리를 하라는 조언이었어요. 두 분이 요즘 어떤 걸 즐기고 계신지도 궁금한데요?

◆ 김재우> 힙합을 배우고 있는데, 제가 매주 강남역에 있습니다. 처음에 거기서 힙합을 하는 친구를 만나서 릴스를 찍었는데요. 하다 보니 힙합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셔플을 배우고 있는데 마침 다음 달 17일 신촌로에서 셔플 무대에 처음으로 서게 될 예정입니다.

◆ 박성만> 이 친구가 왜 그 춤을 배웠냐는 걸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 멤버 중에서 (댄스) 구멍이었어요. (웃음) 정말 동작도 안 맞고 음치, 박치에다가 남들은 오른손 하는데 이 친구는 왼쪽으로 하고, 오른발 내밀 때 왼발 내밀고 그러다 보니까 하도 구박을 받으니까 본인 스스로가 자각을 해서 힙합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좋은 점이죠.

◇ 채선아> 이것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네요. 성만 님은 어떤 걸 즐기고 계신가요?

◆ 박성만> 저는 연기 쪽에 뜻을 두고 있어서요. 제 본업은 광고 모델이지만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 쪽에도 많이 출연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일요일엔 필드하키라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아이스하키가 아니라 필드하키, 잔디에서 하는 겁니다. 제가 쭉 해왔던 운동이고 65세 이상 되는 시니어들 국제대회도 2년에 한 번씩 하고 있고요. 작년 11월에 홍콩 국제 시합 가서 스위스 팀하고 홍콩 팀하고 경기했습니다.

◇ 채선아> 한국 국기를 다셨네요.


◆ 박성만> 그럼요. 국가 대표니까 시니어 국가대표죠.

◇ 채선아> 오늘 얘기를 나눠보니까 영감을 얻는 게 뭐냐면 두 분이 나이든 뭐든 상관없이 정말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시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떤 분이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30대 중반에 뭔가 처음부터 배워서 하기에는 너무 늦었겠죠?" 라고 올렸더니 답글에 "그 나이에 시작 못하는 건 키즈 모델 말고는 없습니다"라고 누군가가 올려가지고 화제가 된 적이 있었어요.

◆ 박성만> 예전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 그거는 부정적인 단어거든요. 즐길 수 있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시작을 해야 결과가 있고 결과가 나와야 거기에 대한 뭐가 있으니까요. 전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도전 무죄, 불도전 유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 김재우> 저 같은 경우는 한평생 제조업체에서 용접만 하고 살았잖아요. 4년 전부터 모델을 하면서 인생 2막을 시작했는데, 저는 음치고 박치거든요. 지금도 성장형 캐릭터인데 여러분들 열정을 갖고 지금 당장 시작하시면 여러분들이 원하는 결말은 반드시 나오게 됩니다.

◇ 채선아> "도전하세요"라는 말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박성만, 김재우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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