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하려면 대기업 로비해야”...‘1인 3역’ 연기로 회사 속여 200억 가로채

김준호 기자 2024. 1. 2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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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징역 18년 선고
창원지법. /조선DB

공사 수주를 위해 대기업 간부에 로비를 해야 한다고 회사 대표이사를 속여 200억원을 가로챈 영업 사장에게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장유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A(40대)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1월 자신이 영업 사장으로 있는 경남 창원시 한 금속 제조업체의 대표이사 B씨에게 “대기업 간부가 일본 본사로부터 환치기 지시를 받았으며, 이를 위한 비자금을 마련해줘야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는 취지로 속여 1억원을 받는 등 비슷한 수법을 통해 지난해 8월까지 37차례에 걸쳐 회사로부터 약 202억 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및 배임)로 기소됐다.

또 A씨는 아예 자신이 대기업 간부인 척 회사의 대표이사 B씨에게 연락해 “영업하는데 개인적으로 로비 자금을 쓰고 있으니, 이를 지원해달라”고 거짓말하며 38차례에 걸쳐 약 107억8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는다.

A씨는 B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영업사장으로, 거래업체와 연락해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인맥을 활용해 공사를 수주하는 등 영업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A씨는 마치 대기업에 로비하는 것처럼 B씨와 회사를 속여 뜯어낸 돈으로 도박하거나, 명품을 구매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가 자신이 준 돈의 행방을 물으면 “대기업 간부가 다시 돈을 돌려준다” “내가 에이전트 일을 하는 동안 이런 방식으로 수년간 거래했고 액수가 수백억이 넘는다” “이런 편의를 제공해준 덕분에 공사를 발주해주는 것”이라고 둘러대기도 했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B씨 회사에 피해금 일부인 106억원을 반환했으나 나머지 돈은 도박자금 등으로 모두 써버린 상태였다고 한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금 일부는 빌린 것이라거나, B씨가 자발적으로 준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유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반환한 돈을 제외하더라도 피해액은 약 203억원으로 피해가 매우 크고, 범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사칭하며 1인 3역을 연기하거나 타인 명의의 이메일을 조작했다”며 “사문서위조, 사기, 횡령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여러 차례 있고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전력, 피해금액, 편취금의 사용처 등을 고려해보면 피고인이 사회에 나올 경우 다시 다른 사람의 돈을 편취하는 등의 재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인해 얻은 이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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