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숨긴 공무원 승진시켰다가 강등… 대법 “징계 위법”

허욱 기자 2024. 1. 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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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다주택 보유 사실을 숨겼던 소속 공무원을 4급으로 승진시켰다가 이후 강등시킨 것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무원의 ‘주택 보유 현황’을 공무원의 직무 수행 능력에 해당하는 청렴성 판단 기준으로는 삼을 수 없다고 봤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4일 공무원 A씨가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 중이던 2020년 12월 17~18일 경기도는 4급 승진후보자에 대한 주택 보유 조사를 실시했다. 승진 후보군이었던 A씨는 주택 2채와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보유 중이었지만, 주택 보유 조사 담당관에게는 보유한 주택이 2채이고, 그중 1채는 매각 중이라고 답변했다.

당시 주택 보유 현황은 경기도가 승진 인사에서 핵심 자료로 활용했다. 경기도는 2021년 2월 인사에서 A씨를 4급으로 승진시킨 반면, 전체 후보자 132명 중 다주택 보유자로 신고한 35명은 승진 대상에서 배제시켰다.

이후 A씨 답변에 허위 사실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경기도는 2021년 8월 A씨를 5급 공무원으로 다시 강등했다. 그러자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에 대한 경기도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2심은 경기도의 적법한 처분으로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4급 이상 공무원이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승진에서 배제되는 등 인사 불이익을 입는 상황에서 4급 승진 후보군이었던 원고는 주택 보유 현황이 승진 등 인사자료로 사용된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주택 보유 현황을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데에는 고의가 있거나 적어도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에 대한 경기도의 강등 처분에 적법한 징계 사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징계 정도도 재량 범위를 넘어섰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공무원의 ‘주택 보유 현황 자체’가 공무원의 직무 수행 능력과 관련되는 청렴성 등을 실증하는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법령상 근거 없이 ‘다주택 보유 여부’를 4급 공무원 승진 임명 심사에서 일률적인 배제 사유로 반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임용권자가 법령상 근거 없이 자신의 주관적 의사에 따라 임용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헌법상 직업공무원제도의 취지·목적 및 능력주의 원칙은 물론 지방공무원법령 규정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원고가 법령에 근거 없는 주택보유 조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서를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성실의무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법령상 근거 없이 이뤄진 주택 보유 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은 것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면 이는 법률상 근거 없는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복종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방공무원 임용권자가 4급 공무원 승진 임용 심사에서 법령상 근거에 따라 심사에 반영 가능한 요소가 무엇인지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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