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작가 “세계서 가장 우울한 한국, 유교와 자본주의 단점만…희망은”

김자아 기자 2024. 1. 2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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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계에서 가장 우울하지만 가장 특별한 회복력 있어”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한국의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유튜브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플루언서 마크 맨슨이 한국 사회의 ‘우울증’에 대해 조명했다. 맨슨은 ‘신경 끄기의 기술’ 등 유명 자기계발서를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한국이 경제·문화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면에는 한국인들의 깊은 우울증 문제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유교와 자본주의의 장점을 무시하고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맨슨은 최근 구독자 140만명을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를 주제로 한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을 방문한 맨슨은 한국에 사는 미국인,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 등을 만나 한국 사회의 우울증에 대해 들여다봤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은 한국 사회가 유교와 자본주의의 장점을 무시하고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 한국인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유튜브

맨슨은 한국 사회의 우울증 원인을 유교와 자본주의에서 찾았다. 그는 “슬프게도 한국은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인 수치심과 남을 판단하는 부분을 극대화하는 반면, 가족이나 지역 사회와의 친밀감을 저버렸다”며 “한편 그들은 자본주의의 최악의 단면인 현란한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대한 집착을 강조하는 반면 가장 좋은 부분인 자기 표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충되는 가치관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합숙 훈련' 모습./유튜브

맨슨은 한국의 정신 건강 위기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스타크래프트 성공 신화’에 대해 분석했다. 한국에 15년 산 미국인 게임해설가 닉 플로트는 과거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 선수들 10여명이 숙소에 모여 살면서 함께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끼리 서로 비법을 공유하고 경쟁하면서 서로를 더 성장시키는 생태계가 만들어 진 것이다. 플로트는 “그때부터 한국인들이 (게임 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성공 공식은 K팝, 운동 등 여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통했다. 심지어 삼성 같은 대기업도 회사 근처 기숙사를 마련하고 있다. 맨슨은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다음 그들에게서 가능한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강렬한 사회적 압력과 경쟁을 적용한다”며 “이 공식은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으나 동시에 심리적 낙심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한국이 경쟁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배경에는 6·25전쟁을 비롯한 한국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고 맨슨은 설명했다. 그는 “전쟁 후 한국의 경제 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며 “국가를 경제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정부는 절대적으로 잔인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그 결과 한국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겼다”고 했다.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서현 작가는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심하다. 한국엔 완벽주의자가 많다. 만약 100점을 맞지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울증과 연관이 깊다. 항상 실패의 느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에 맨슨은 ‘인지왜곡’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흔한 인지왜곡 중 하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사고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 사고방식을 강요했고, 결과적으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줬다고 그는 말했다.

마크 맨슨이 정리한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5개 요소. 신체적 건강,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선택권의 부재, 수치심 등이다. /유튜브

맨슨은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에는 신체적 건강,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자율 선택권의 부재, 창피함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은 신체적 건강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을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 비해 크게 느끼는 편인데,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유교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교 문화에서는 개인보다 가족을 중심으로 사회가 돌아간다. 가족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할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설령 우울함을 느껴 일을 멈추면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게으른 인간’ 취급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은 정신 건강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고 맨슨은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중 1위지만, 우울증 진단률은 매우 낮은편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는 이들 중 7%만이 의학적 도움을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직장인들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데 자율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직장 상사의 퇴근 시간에 자신의 퇴근 시간을 맞춰야 하고, 직장상사의 회식 호출엔 무조건 따라야 한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사회나 가족 안에서 유교적 가치로 끊임없이 가혹한 평가를 받음에 따라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맨슨은 “한국은 예술과 과학 모두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신건강의 위기는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공에 따른 하나의 부작용”이라면서도 “한국을 강하게 만든 원동력은 눈부신 경제 성장이나 대중 문화의 지배력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드물고 특별한 회복력이다. 한국인은 일제강점기, 전쟁에서 살아남았듯 항상 위기에서 빠져나올 돌파구를 찾는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인들은 이제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봐야 한다. 그들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라며 “그들이 길을 찾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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