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함께 읽기가 답이다 [이윤영 작가의 다시 문해력을 말하다]

황계식 2024. 1. 2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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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글벗님들과 함께 했던 '톨스토이 3대 장편소설 읽기'입니다.

15년 이상 다양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글 쓰는 이는 많아지는 반면 책 읽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든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함께 읽다가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고전과 인문학 도서 위주로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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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글벗님들과 함께 했던 ‘톨스토이 3대 장편소설 읽기’입니다. 15년 이상 다양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글 쓰는 이는 많아지는 반면 책 읽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든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합니다. 너무 자명한 사실이고 뻔한 명제지요. 그런데도 점점 글을 쓰는 이들조차 읽기를 소홀히 하는 차디찬 현실 앞에 살짝 절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몇 년 전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신 몇몇 분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함께 읽다가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고전과 인문학 도서 위주로 읽고 있습니다. 몇년 간 웬만한 고전과 인문학 서적은 거의 읽었고, 두께가 상당한 ‘벽돌책’ 역시 독서 초보자들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오랫동안 염원했던 작가의 전작 읽기를 실천했습니다. 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인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의 3대 장편소설 ‘부활 1, 2’, ‘전쟁과 평화 1, 2, 3, 4’, ‘안나 카레니나 1, 2, 3’을 함께 읽었습니다. 한 편도 제대로 읽기 힘들다는 책을 세편이나 그것도 모두 9권의 평균 400쪽이 넘는 분량을 무려 7개월에 걸쳐 읽어냈습니다. 늦봄부터 시작된 여정은 초겨울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습니다.
 
통계청은 ‘사회조사’의 일환으로 2년마다 독서 인구 비율을 설문 조사합니다. 13세 이상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통틀어 지난 1년 동안 책을 한권이라도 읽은 이의 비율을 조사합니다. 2013년까지는 60%를 웃돌았지만 2021년에는 45.6%까지 떨어졌습니다. 1년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은 이가 50%를 넘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여러 매체를 통해 습득하는 다미디어 시대에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조금은 구태의연한 발상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많은 문해력 연구자들은 말합니다. ‘단언컨대’ 책을 읽지 않고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입니다.

이제는 독서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독서인구의 부재와 문해력 하락을 더는 개인의 책임과 무지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얼마 전 진행하는 독서·글쓰기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독서의 어려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싶지만, 습관이 형성되지 않아 작심삼일에 머무르는 게 흔하다고 말했고, 글을 읽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결국 독서와 문해력의 문제는 더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혼자 스스로 책을 읽는 이도 많습니다. 하지만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사람이 존재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다양한 방식의 독서모임이 온·오프라인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혼자 읽기에 어렵다고 자신을 자책하지 마시고 눈을 살짝 돌려 도서관이나 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여러 독서모임에 한번 살짝 발을 담가보시길 바랍니다. 우연히 들른 독서모임에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는 뜻하지 않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고, 함께 읽기를 통해 미처 내가 깨닫지 못했던 책이 주는 이로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독서를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은 더는 여러분 ‘개인’의 탓만은 결코 아니니까요.

이윤영 작가/문해력 연구가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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