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올해 건설업 `회계절벽` 집중감시

금감원, 회계절벽' 현상 집중 감시...올해 수주산업 회계 중점심사
공사진행률 누락 시 엄정조치

<금융감독원 제공>

# A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 공사 지연 등 원가 증가요인이 지속 발생했음에도 총공사예정원가를 증액하지 않고 축소 산정했다. 총공사수익 초과분에 대해 공사손실충당부채는 인식하지 않았다. 매출액은 과대계상됐다.

# B사는 협력업체에 지급한 선급금을 공사 수행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발생원가(재료비)로 간주해 매출액을 과대 계상했다.

# C사는 공사기간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에 발주사로부터 물품 인도 연장 및 이에 따른 지연배상금 지급요청을 받고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계약금액에서 지연배상금을 차감하지 않았다. 매출액을 과대 계상한 것이다.

# D사는 자사의 회생절차 수행과 관련된 채무변제 예정금액이 충당부채 인식요건을 충족했지만, 해당 금액을 주석에만 공시하고 충당부채로 인식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수주산업 회계처리를 금년도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집중 점검키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공사진행률을 조작하거나, 중요한 지급보증 등을 재무제표 주석에 누락하는 등의 회계위반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다. 점검에 앞서 금감원은 과거 주요 감리지적사례 등을 참고해 '건설 등 수주산업 결산·외부감사 시 유의사항'을 마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설·조선업 등 수주산업은 특성 상 1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건축, 설비 및 선박제조 등의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며 "진행률 측정은 다양한 추정을 필요로 하는 등 회계처리가 복잡하고 일부 회사가 이를 악용해 손실이 발생 중인 프로젝트의 진행률 등을 조작해 수익이 나는 프로젝트인 것처럼 분식회계를 하는 사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진행률을 상향조작하는 경우 수익금액을 실제보다 앞당겨 인식하게 되는데 공사기간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익·비용은 동일하다"며 "이로 인해 공사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손실이 크게 증가하는 이른바 '회계절벽' 현상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회사와 외부감사인이 서로 협력해 정확한 재무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유의사항에 따르면 회사는 공사예정원가 변동여부를 확인 및 반영해야 한다. 미청구공사 회수가능성의 평가 및 공시에도 유의해야 한다. 선급금이나 착오·낭비성 원가가 진행률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발부채 공시 및 충당부채 인식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외부감사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원활한 외부감사가 수행되도록 협조해야 한다.

외부감사인은 현장 자료, 원자재 가격 등이 예정원가에 적절히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선급금 투입여부 및 활동별 원가 집계의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수주산업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우발부채·충당부채 관련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수집해 야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주산업에서 손실을 은폐하는 경우 공사 종료시점에 거액의 손실이 계상되는 '회계절벽'이 발생해 투자자 피해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며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에서 공사예정원가 추정 등을 악용한 회계분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에도 엄정히 관리·감독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