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모 작을수록 정신건강 악화…"우울하고 희망 없어"

장영준 기자 2024. 1. 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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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1. "동료 직원이 저를 폭행했는데 대표가 제게 알아서 해결하라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고 잠을 못 이뤄서 작년 11월부터 계속 약을 처방받고 있습니다."

#2. "언니가 병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원장이 '자기를 봐서 참아달라. 본인까지 적으로 돌리지 말라'고 했다네요. 맨날 집에 와서 울고, 자고 일어나서 울고, 자기 전에 울고 막 그래요."

회사 규모가 작거나 고용 형태가 불안할수록 직장 내 괴롭힘이 많았고, 우울함을 느끼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우울 척도 설문조사에서 한국 직장인들의 우울 척도 평균 점수는 5.62점으로 전반적으로 우울 증상을 겸험하고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척도 검사 결과 판별 기준은 '우울증상 없음'(0~4점), '가벼운 우울증상'(5~9점), '중간 정도의 우울증 의심'(10~19점), '심한 우울증 의심'(20~27점) 구간으로 나뉜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에 따라 우울척도 점수에 차이가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지 않은 응답자들의 우울 척도 평균 점수는 4.64점이었던 반면, 경험한 응답자들의 우울 척도 평균 점수는 8.23점에 달해 오차범위 이상의 격차를 기록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고용이 불안정하고, 직장 규모가 작은 경우 우울 척도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규직의 우울 척도 점수는 7.73점, 비정규직의 우울 척도 점수는 8.90점이었고, 3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의 우울 척도 점수는 7.16점, 비정규직, 30인 미만 사업장의 우울 척도 점수는 9.74점이었다.

설문 문항 중 '그렇다'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항목은 '평소 하던 일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43%), '잠들기가 어렵거나 자주 깼다 혹은 너무 많이 잤다'(41.9%),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다'(32.6%) 였다. 직장인 10명 중 2명(20%)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자해할 생각을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내가 잘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자신과 가족을 실망시켰다고 생각했다'(정규직 34.7% VS 비정규직 50.3%),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정규직 45.5% VS 59.3%),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자해할 생각을 했다'(정규직 14.6% VS 비정규직 28%) 문항에서 비정규직 응답이 정규직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직장 규모별로 봐도 위 문항들에서 5인 미만 응답이 300인 이상 및 공공기관 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다' 문항의 경우 비정규직(70%), 5인 미만(71.6%) 응답자 10명 중 7명이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에도 피해 근로자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명시돼 있을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은 한 직장인의 몸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심각한 경우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재확인됐다"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우울척도가 더 높은 만큼 법 사각지대를 하루속히 없애는 법,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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