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기연 부부 과학자 인터뷰] 정승열·양선혜 부부 연구원 “연구 시너지 확실하죠”

2024. 1. 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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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구하다 결혼…“언제든 서로 물어볼 수 있어 장점”
연구성과 괄목…올해의 'KERI인상' 'KERI 대상' 동시 수상
한국전기연구원 정승열·양선혜 책임연구원이 최고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동영상 앞에서 부부 연구원으로서 시너지 극대화를 다짐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에서 함께 연구하다 결혼했고, KERI가 매년 선정하는 최고 연구상을 함께 수상한 부부 연구원이 화제다.

그래핀을 비롯한 탄소나노소재 전문가 정승열 나노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음극재, 양극재 등 이차전지 재료와 공정 전문가인 양선혜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부부는 지난해 말 한 해 최고 연구 성과를 거둔 연구원에게 주는 '올해의 KERI인상'을 수상했다. 또 두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최고 연구성과에 주어지는 'KERI 대상'을 받았다.

부부 연구원에게 어떻게 결혼하게 됐냐고 물으니 정 연구원은 예쁜 눈에, 양 연구원은 연구 열정에 서로에게 끌렸다고 한다. 부부는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 부부 연구원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승열·양선혜 연구원이 거둔 연구 성과와 부부 과학자로의 생활을 들어봤다.

-어떻게 만나게 됐나.

▲정승열(이하 정)=2008년에 KERI에 들어왔고 양선혜 연구원은 2년 먼저 들어와 있었다. 연구원 실험실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 마스크 위로 예쁜 눈에 반했고 원내 시설, 연구 프로세스 등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친분을 쌓아 2010년에 결혼했다.

-부부라는 점이 공동 수상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

▲양선혜(이하 양)=전혀 아니다. 올해 KERI인상은 한 해 동안 가장 빼어난 성과를 거둔 연구자 1인에게 주어진다. 빼어난 성과도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다. 빼어난 성과가 없으면 수상할 수 없다. 두 팀이 협력해 개발한 연구성과가 가장 우수한 성과로 선정됐고, 두 팀의 리더이자 핵심 연구자가 나와 정승열 연구원이어서 공동 수상했다.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라 공동 연구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그렇다. 성과에 대한 주도권 다툼도 있을 수 있고, 하지만 함께 소속돼 있는 KERI라는 더 큰 조직을 위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무엇보다 연구 과제 성공에 가장 필요한 분야와 전문가를 상대 팀에서 찾았을 때 열정이 솟구쳤다.

-부부 사이가 연구에 도움이 됐나.

▲양=팀에서 연구 과정은 물론 집에서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묻고 답할 수 있어 좋다. 서로의 연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기에 묻고 답하는 것이 재미있고 또 편하다. 이런 것이 시너지 아닌가 생각한다. 파일럿 단계까지 가는 연구에 집중했다. 상용화에 초점을 맞춰 상용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기술이전과 상용화에 초점을 맞췄다.

- 'KERI 대상'을 받은 연구성과는.

▲양=수상팀명은 '고성능 이차전지용 탄소나노소재 연구팀'이다. 팀이 거둔 성과는 '실리콘·그래핀 복합음극재 제조기술'(11억원)과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 및 언더레이어(Under-layer) 코팅 집전체 제조기술'(14.3억원)이며, 추가 기술이전 성과로 '차세대 리튬황 전지용 그래핀 복합양극재 제조기술'(1.1억원)이 있다.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이차전지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KERI 설립 이래 최고 금액인 총 26억4000만원의 기술이전 실적을 달성했다.

정승열·양선혜 연구원이 최고상을 받은 연구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 아이디어 내놓다가 함께 구현해보자고 의기 투합

- '실리콘·그래핀 복합음극재 제조기술'은 무엇인가.

▲정=친환경 전기차,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에서 기존 음극 소재인 '실리콘(Si)'을 실리콘·그래핀으로 대체할 수 있는 복합음극재 제조기술이다. 단일 실리콘 음극재 단점을 보완하고, 기존 고가의 나노 실리콘 대비 값싼 마이크론(μm) 크기 실리콘을 사용해 중소·중견 기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 연구개발 동기는.

▲양='그래핀(Graphene)'에 주목했다. 그래핀은 2차원 탄소나노소재로서 전도성이 매우 우수하고, 전기 화학적으로 안정돼 실리콘을 전해질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또 그래핀 코팅층은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지닌 그물망 구조이기 때문에 실리콘 부피 팽창에 따른 성능 감소를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소재 특성과 원리를 조합한 실리콘 그래핀 복합화로 보다 이상적인 리튬이온전지용 고용량 음극재를 만들고자 했다.

- 연구 과정은 어떠했나.

▲정=다양한 연구 아이디어를 도출했고 원내에서 자체 구현해보자고 의기 투합했다. 기술 핵심은 '양질의 그래핀 제조'와 이를 '다른 물질과 어떻게 잘 효과적으로 분산(결합)' 할 수 있느냐였다. 나노융합연구센터에서 10년간 수행한 그래핀 연구 노하우와 양선혜 연구원의 소속인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의 이차전지 소재공정 노하우를 결합해 고성능 리튬이차전지 구현에 필수 요소인 실리콘 소재의 문제점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었다.

이어 특화 산화·환원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높은 결정성과 전기 전도성을 지닌 '산화·환원 그래핀(GO, rGO)'을 제조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분산해 다른 물질과 결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그래핀 수계 분산 기술'도 개발했다. 액체에 가까운 잉크 같은 그래핀에서 걸쭉한 그래핀까지 다양한 점도를 지닌 그래핀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과 공정을 종합해 그래핀이 실리콘을 감싸는 '코어-쉘(Core-Shell) 구조' 복합음극재 개발에 성공했다.

-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나.

▲양=이 기술로 실리콘 부피 팽창 등 여러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리튬이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음극재'를 만들 수 있다. 이 복합음극재는 친환경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방산·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이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주행거리를 20% 이상 늘릴 수 있다.

- 기술이전 등 후속 성과도 크다고 들었다.

▲정=기술료 12억1000만원으로 JNC머트리얼즈에 이전했다. 기술이전에 이어 상용화를 위한 양산 플랜트를 거의 완성했다. 월간 톤(t) 단위 이상의 실리콘·그래핀 복합재 분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에너지 밀도로 환산하면 스마트폰용 배터리 3만6000대 분량이고, 600mwh 용량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대외 포상으로 '2022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이름을 올렸고, 이 가운데 12개 우수성과에 주어지는 최우수(기계·소재 부문) 기술로 선정됐다. 과기정통부 선정 '2021년 10대 나노기술'이고 산업부 '산업기술진흥유공 표창'도 받았다.

정승열·양선혜 부부 과학자 인터뷰 모습.

탄탄한 연구개발 노하우로 기술이전 성과도 부부합산 ‘상당’

◇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 및 언더레이어(Under-layer) 코팅 집전체 제조기술은

▲양=국내 최초로 이차전지용 고농도·고분산·고성능 탄소나노튜브(CNT) 페이스트를 개발하고, 이를 이차전지 도전재와 집전체 코팅에 효과적으로 적용한 기술이다. 꿈의 나노소재라고 불리는 CNT를 이차전지 분야에 효과적으로 접목해 전지 성능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고전도성·분산성을 지닌 CNT 분산 용액(CNT 도전재)을 제조하고, CNT 도전재를 고용량·장수명·고안정성의 전기화학 특성을 요구하는 이차전지용 전극 제조에 적용해 이차전지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 연구개발 동기는.

▲정=전도성 탄소 및 바인더의 최적 배합(formulation)으로 제조한 페이스트를 집전체 표면에 코팅해 언더레이어를 형성한 후 전극을 코팅하면 집전체의 부식 방지와 전극과의 결착력, 전도성을 개선시켜 보다 우수한 전기화학 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했다.

- 이 기술의 특징은.

▲양=언더레이어 집전체 제조 기술은 탄소-바인더 계면 접합 및 탄소 박막층 제조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전극층의 탄소 입자와 집전체 사이의 접촉을 개선해 전극저항 감소, 전극 내 전류 및 전압 분포를 균일하게 유지하고 이차전지의 전기화학 성능을 높여준다. 고용량 실리콘 활물질 기반 리튬이온전지용 음극 및 차세대 이차전지용 고성능 극판 구현이 가능한 상용화 기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 기술이전 성과는.

▲정=대솔신소재에 14억3000만원에 이전했다. 대솔신소재는 이전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모기업 대한솔루션은 습식화학 공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자부품과 소재를 만든다. CNT 원소재의 분산을 위한 소재 배합기술, 언더레이어 집전체 제조를 위한 필름 박막화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사전 검증에서 분산성, 분산 안정성, 전도성, 셀 특성 등을 장시간 평가했고, 매우 높은 수준의 재현성을 확인했다. 소재 양산화를 위한 스케일업을 통해 단기간에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활용 분야는.

▲양=현재 배터리 주요 3사는 높은 수준의 분산성과 고전도성을 구현한 CNT 도전재와 고안정성의 고성능 집전체 도입 의지가 높다. 이 기술은 프리미엄급 CNT 도전재 개발과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다. 언더레이어 탄소 코팅 기반의 집전체 소재 적용으로 집전체 전극 열화 특성도 해결 가능하다. 제조 원가 절감, 배터리 용량과 수명 증가, 전지저항 감소 및 발열·발화 특성도 개선할 수 있다. 중장기로 탄소나노소재산업 대외 경쟁력 강화, 미래 탄소 중립 리튬이차전지 기술 선도와 시장 선점에 기여할 것이다.

〈정승열·양선혜 책임연구원은〉

정승열 KERI 나노융합센터 책임연구원

정승열 책임연구원은 성균관대 물리학과 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와 미국 럿거스(Rutgers)대 재료공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2008년 KERI에 들어와 현재 나노융합센터 책임연구원이다. 2015년부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과기정통부 지정 국가연구실(탄소나노소재 전극연구실, N-Lab), 국가연구협의체(전기기능 소재·부품협의체, N-Team) 위원이고 한국탄소학회 그래핀 분과장이다.

산업기술진흥유공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 2012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2년 KERI 연구부분 개인 최우수상, 2023년 올해의 KERI인상과 KERI 대상을 수상했다.

탄소나노소재 기반 전기전자·에너지 전극응용 관련 SCI 논문 100편을 게재했고 국내외 특허 100건 이상을 출원 및 등록했다. 현재까지 탄소나노소재 제조 및 전극관련 기술이전 금액만 42억9000만원에 이른다.

양선혜 KERI 전지소재공연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양선혜 책임연구원은 인하대 화학공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KERI에 들어왔고 이차전지연구단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다.

현재 과기정통부 지정 국가연구실(이차전지 기능성소재 연구실, N-Lab) 위원, 한국탄소학회 여성분과 이사, 차세대 커패시터 산업기술협의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탄소소재 기반 전극 재료·에너지 저장 디바이스 응용 관련 SCI 논문 100편 게재, 국내외 특허 100건을 출원 및 등록했다.

한국전기화학회 최우수 논문상, 산업기술진흥 여성부장관상 표창, 2023년 올해의 KERI인상, KERI 대상을 비롯해 연구과제부분 및 부서연구부분 최우수상을 6회 받았다.

양 연구원의 기술이전 실적도 총 27억5000만원에 이른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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