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공짜로 드려요” 유인해 사설 증권앱 설치 유도…금감원, 소비자경보 발령

#A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글을 보고 카카오 채팅방에 입장했다. 해당 채팅방에는 국내 증권사 고문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주식을 추천하면서 가짜 증권사 앱을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A씨는 공모주 청약을 받아 700만원을 투자했는데, 고문은 예상보다 추가 배정됐다는 이유로 1000만원을 추가 납입하라고 했다. 두 달 뒤 A씨가 출급을 요청하자 이 고문은 A씨를 단체 채팅방에서 강제 퇴장시켰다. 추후 증권사 고문은 사칭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가짜 주식 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는 금융투자 사기를 조심하라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씨 사례에서 보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명인을 도용해 재테크 책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광고글을 게시해 투자자들을 단체 채팅방으로 유인하는 사기 사례가 번지고 있다.

이들은 증권사 임직원, 교수 등을 사칭해 투자자에게 재테크 강의, 주식 시황, 추천주 정보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했다.

이후 기관 계좌를 이용하면 공모주 청약 시 많은 주식을 배정 받거나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는 거짓말로 가짜 주식 거래 앱 설치를 유도한다. 이후 바람잡이로 추정되는 단체 채팅방 참여자들이 투자 성공 사례를 캡처해 투자자에게 보여주면서 해당 앱이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사기 일당은 투자자에게 공모주 청약을 유도한 후 증거금 대비 많은 수량이 배정된 것처럼 가짜 주식 거래 앱을 조작한다. 투자자에게 추가 납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투자자가 출금을 요청할 때는 수수료나 세금 등의 명목으로 또다시 추가 납입을 요구한다. 검찰과 금융위원회 등의 문서를 도용해 불법 주식 거래로 과징금 또는 보증금이 부과됐다며 추가 납입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사기의 특징은 투자자들과 대면으로 상담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비대면 수단으로만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거나 더 이상 추가 입금을 하지 않는 경우 대화방을 폐쇄하고 잠적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실제 B씨는 지난해 10월 인스타그램에서 주식 단타 매매 책을 무료로 증정하고 우량주를 추천해 준다는 광고글에 있는 링크를 클릭해 특정 네이버 밴드에 입장했다. 교수를 사칭한 이는 외국 증권사 계좌를 이용하면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을 수 있다며 가짜 외국 증권사 주식 거래 앱 설치를 유도했다.

B씨는 1억원을 투자해 3300%의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는 가짜 앱 내에서 보여지는 숫자일 뿐이었다. B씨가 출금을 신청하자 증권사 직원을 사칭한 이가 수수료 명목으로 3억원을 요구했다. 또 사칭범은 앱을 소개한 교수가 주가조작범으로 체포돼 금융위원회에 과징금 3억원을 납부해야 인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B씨는 투자금 1억원 외에 추가금과 과징금 명목으로 6억원을 입금했지만, 일당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같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닌 업자와의 거래로 인한 피해는 금감원의 분쟁조정 대상이 아니라 피해 구제가 어렵다. 불법 금융투자 사기가 의심될 경우 투자자는 관련 증빙 자료를 확보해 수사기관 또는 금감원에 신고할 수 있다.

금감원은 “기관 계좌로 공모주를 싸게 많이 배정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지 말라”며 “사설 주식 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는 업체와는 어떤 금융 거래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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