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마트 휴업일 변경… ‘이해당사자’는 대형마트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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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3년 1월22일 민생토론회에서 한 달에 두 번인 마트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마트 휴업일을 공휴일로 정하되,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친다면 평일을 휴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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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삶이 흔들리는 문제”
정부는 2023년 1월22일 민생토론회에서 한 달에 두 번인 마트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마트 휴업일을 공휴일로 정하되,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친다면 평일을 휴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조항을 삭제해 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 법을 이용해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는 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바꿨고, 2024년 2월부터 서울 동대문구와 서초구의 마트 휴무일이 평일로 바뀐다. 강우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단순히 ‘못 쉬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삶이 흔들리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구나 청주시는 마트 휴무일이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뀌었는데, 마트 노동자가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
“청주는 노조 조합원에게 휴무일 변경 전후에 각각 조사했다.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휴식으로 회복하는 경험도 적었다. 그 전에 마트 노동자들은 독립·결혼한 자녀와의 만남, 상견례, 가족여행 등 가족과의 일정을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잡는 방식으로 계획했다. 또 평일은 마트가 많이 바쁘지 않기에 휴무를 내기 쉬운데, 일요일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매장에서 일해야 해서 휴무를 내기가 더 어렵다.”
—주말 장보기에 불편을 겪었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반기는 것 같다.
“정부나 경영계가 한 설문조사를 보면, 소비 편의를 중심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국민 다수는 평일 변경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다른 내용을 넣어서 하면 다른 답변이 나올 거라고 본다. 소비 편의뿐 아니라 노동자 건강권, 중소상인과의 상생 문제까지 같이 놓고 묻는다면, 우리 국민은 사회 공공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론을 파악했다기보다, 소비 편의 중심으로만 설계된 문항으로 여론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소비자 처지에서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까지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것 같다.
“소비 편의를 충분히 생각해야겠지만, 편의로 치면 소비자와 국민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도 있다. 금융회사는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무인발급기로도 발급받기 어려운 서류가 있는데 동사무소나 구청은 주말엔 문을 열지 않는다. ‘왜 유독 마트에만 소비 편의를 이야기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 보면 소비 편의를 강조하는 것은 유통 대기업이 자사에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쉬운 논리다. 경제 논리도 우리 입장에선 많은 게 왜곡됐다고 본다. 유병국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가 발표한 조사(‘대구광역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에 따른 중소소매업 영향평가’)를 보면, 소매업 유지율은 86.2%에서 변경 뒤 20%로 줄었다. 실제 대구시가 발표한 경제효과는 중소영세상인이 쫓겨나가는, 생태계가 파괴되는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자료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논란에서 정말 중요한 지점이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이해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해당사자는 이 규제의 대상자인 대형마트이고, 이 규제로 이득을 얻는 사람은 노동자와 중소영세상인이다. 노동자와 중소영세상인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명백한데, 도대체 어떻게 의견을 수렴하냐고 행정관청에 물어도 대답을 안 한다. 현실에선 ‘이해당사자의 합의’란 절차는 없는 것이다. 그들이 이해당사자를 대형마트로만 보는 듯해 답답하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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