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세계 첫 ‘질소가스 사형’ 집행…“몇 분간 고통에 몸부림”
사망선고까지 22분…당국 예상보다 장시간
인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이 전 세계 최초로 집행됐다. 사형 집행을 참관한 이들은 “사형수가 몇 분 동안이나 살려고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했다”고 비판했다.
26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은 미국 앨라배마주 사법 당국이 전날 청부 살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케네스 스미스(58)에게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서 주된 처형 방식은 1982년 도입된 독극물 주사인데, 새로운 방식의 사형이 집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방식은 사형수의 안면을 덮은 인공호흡기에 질소 가스를 공급해 저산소증으로 질식시키는 방식이다. 사법 당국은 ‘최소 15분’ 또는 ‘심장 박동이 멈춘 뒤 5분’ 가운데 더 긴 쪽으로 선택해 질소 가스를 공급한다.
스미스는 사형 집행 시작 22분 만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그는 몇 분 동안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였고 최소 2분간 경련을 일으켰다. 그 뒤 숨을 가쁘게 몰아쉬다가 호흡을 멈췄다.
앞서 스미스는 1988년 한 목사에게 1000달러(약 134만원)를 받고 이 목사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목사는 큰 빚을 진 뒤 아내의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법 당국은 2022년 스미스에게 사형을 집행하려고 시도했지만 독극물을 주입할 정맥을 찾지 못해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이후 사법 당국이 질소 가스 사형 집행 방침을 밝히자, 로마 가톨릭 운동단체인 상테지디오는 “야만적이고 미개하다”며 “앨라배마주가 지울 수 없는 치욕을 떠안을 것”이라며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했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4명도 지난 3일 성명을 내어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은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은 고문과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스미스 쪽 변호인 역시 “스미스를 잔혹한 새 처형 수단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며 앨라배마주의 사형 집행을 중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연방대법원은 사형 당일인 25일 이를 기각했다. 다만 진보적 성향을 가진 2명의 대법관과 함께 스미스의 사형 집행에 반대 의견을 낸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첫 번째 (사형 집행) 시도에서 실패한 앨라배마주가 이전에 사용된 적이 없는 새 사형 집행 수단을 실험할 ‘기니피그’로 스미스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사법 당국은 연방대법원 결정이 나오자마자 스미스에게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을 집행했고 인권 침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당초 사법 당국은 질소 가스가 주입되면 몇 초 안에 의식을 잃고 몇 분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형 집행 직후 스티브 마셜 앨라배마주 법무부 장관은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은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사형 집행 방법이었으며 그 효과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미스를 지원해온 종교 단체 등은 이 같은 주장에 거세게 반발했다. 스미스를 상담해 온 제프 후드 목사는 사형 집행을 참관한 뒤 “(스미스가) 30초 안에 의식을 잃는 일은 없었다”며 “우리가 본 것은 몇 분 동안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앨라배마주 교정 당국은 스미스의 경련은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었다고 재반박했다. 존 큐 햄 앨라배마주 교정국장은 “모두 예상된 일이며 우리가 봤거나 연구한 부작용에 해당한다”며 “우리가 예상했던 것에서 벗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스미스의 청부 살인으로 숨진 목사 아내의 아들은 “내가 어머니를 알고 지낸 시간보다 (그는) 거의 두 배나 더 오래 수감돼 있었다”며 “오늘 여기서(교도소에서) 일어난 어떤 일도 어머니를 되살릴 수 없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 엘리자베스 세넷이 이날 정의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일부 주에서는 독극물 에 사용되는 약물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사형 집행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앨라배마,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등 3개 주에서는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을 허용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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